메르스 여파로 보건소는 전쟁터…불안감 호소 전화 하루 수백 통

입력 2015-06-10 05:20:41

"목소리가 안 나올 지경이에요."

8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보건소 4층. '메르스 비상 대책반'이라는 문구가 적힌 유리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섰지만 알아차리는 이들이 없었다. 20여 명의 직원이 모두 수화기를 들고 문의 전화에 응대하거나 사무실을 뛰어다니며 업무를 논의하느라 바빴다. 곳곳에 빈자리도 보였다. 담당 구역에 있는 자가격리 관찰자의 집을 방문하러 간 직원들의 자리였다.

메르스 여파로 보건소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보건소는 7일부터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24시간 직원을 사무실에 배치해 새벽 시간에도 전화가 오면 받고 의심 대상자가 찾아오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시간에 관계없이 현장에 나가 주민과 만나기도 한다.

상담 전화 대부분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보건소 예방의약팀의 한 주무관은 "'KTX를 이용했는데 열이 나는 것 같다'거나 '주말에 예식장에 다녀왔는데 무섭다' 등의 전화가 수백 통씩 걸려왔다"며 "심지어 열이 난다고 당장 집으로 와달라고 하는 주민도 있어 보호 장비를 갖추고 방문했더니 메르스와 관련 없이 미열 증상만 있어 해열제를 주고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건소는 주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소 예방의약팀장은 "병원 명단 공개 이후 문의 전화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보면 정보 공개가 주민들의 불안감을 크게 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자가격리나 관찰대상자 관리도 보건소 몫이다. 자가격리나 관찰대상자 전담 관찰자는 "가끔 사회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병원 명단 공개 후 대상자로 지정된 경우에는 '지금 와서 지정하면 어떡하냐'며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럴 때는 격리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을 알리거나 상담사 등과 함께 최대한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보건소 메르스 대책반 관계자는 "아침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뉴스를 본다. 안심하고 아침 뉴스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메르스 확산 방지에 더 힘을 쏟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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