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때의 일이다. 촉의 승상 제갈량은 국력이 약했지만,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려고 여러 차례 위나라와 싸움을 벌였다. 당시 촉을 배반하고 위에 붙었다가 홀대를 받자 다시 촉으로 돌아오겠다며 모반을 계획한 맹달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제갈량은 맹달의 배반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뻤지만, 최고의 적수였던 사마의가 다시 복직했다는 이야기에 맹달에게 급히 편지를 보냈다. 사마의는 당신의 적수가 아니니 절대 자중하고, 사마의가 들이닥치면 싸우지 말고 무조건 방비만 하라는 것이었다.
이 편지를 받은 맹달은 속으로 비웃으며 지나친 걱정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사마의가 오더라도 황제를 만난 뒤 정식으로 부임하려면 한 달은 걸릴 것이고, 그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답장을 받은 제갈량은 맹달이 사마의에게 죽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실제로 그랬다. 사마의는 황제에게 출사표부터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들의 말에 "황제의 교지를 받으려면 한 달이 더 걸리고, 그때는 이미 늦다"며 곧바로 군사를 일으켜 맹달의 반란을 제압했다. 후에 사마의가 황제를 만나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황제는 지휘권을 상징하는 도끼를 내리며 기밀을 요하는 중대사에 부닥치면 따로 알리지 말고 즉시 실행하라고 했다.
어떤 일이 진행될 때는 늘 전환점이 있는 법이다. 나라가 떠들썩한 이번 메르스 사태가 그렇다. 누군가 '선(先)조치 후(後)보고'라는 과단성으로 첫 발병지를 봉쇄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도 초창기에 선제 대응했더라면, 7일 하루 동안 확진 환자가 17명이나 나올 정도로 사태가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기 조치에 대한 과단성도 없고, 이를 상부에 보고해 대책을 논의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을 다 놓친 셈이다. 이런 와중에서 끝까지 병원 이름을 못 밝힌다고 뻗대다 뒤늦게 공개한 정부의 무능함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를 키우는 것은 전문성 부족에 따른 우유부단 때문이다.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지 못하니 조치를 할 수가 없다. 또한, 조치에 앞서 책임져야 할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재난 대처 시스템으로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마의는 절차보다 눈에 닥친 위급함을 처리하는데 우선해 나라를 구했다. 나라를 재앙에 빠뜨리지 않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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