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마터호른 사랑에 빠지다
고르너그라트 언덕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마터호른(Matterhorn'4,478m)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산이든 다 좋다고 여기는 필자조차 그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름다운 산이다. 체르마트 계곡에 군림하면서 단일 침봉으로 하늘을 찌를 듯 당당히 솟아 있는 마터호른은 스위스 초콜릿의 포장지뿐 아니라 각종 기념품에, 그리고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에도 쓰일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터호른을 가장 잘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고르너그라트(3,090m)에 올라본다.
이탈리아 국경에 접해 있는 마터호른이지만 스위스 땅에서 보는 멋이 더 낫다. 고르너그라트는 체르마트가 자랑하는 관광지이자 트레킹하기 좋은 언덕이다. 서쪽의 마터호른뿐 아니라 동남쪽에 펼쳐진 몬테로자 산군과 리스캄, 브라이트호른 등 4,000m 명봉들이 건너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는 스위스에서 기차로 오를 수 있는 두 번째로 높은 전망대다. 완만한 산길이 이어져 있어 힘들지 않게 트레킹하면서 마터호른을 감상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전망대행 열차를 타고 곧장 오를 수도 있지만 걷기로 한다. 맑은 공기를 위해 마차와 전기차만 다니는 체르마트 주도로를 지나 교회에서 왼쪽으로 돌아 비스타 다리를 건너 마지막 집들을 통과하면 빈켈마텐의 작은 교회가 보인다. 핀델바흐의 개울을 건너면 그늘진 태고의 숲이 나타나는데, 6월 말부터 7월까지 검붉은 색의 알펜로제가 무성하다. 이윽고 리펠알프(2,202m)에 들어서는데, 이곳에는 체르마트와 마터 계곡을 개발한 알렉산더 자일러가 1856년에 처음 지은 산장이 있다. 체르마트에서 1시간 45분 걸린다. 이 산장은 알프스 제2위봉 몬테로자(4,634m)를 등반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었으나 1961년에 화재로 불타 지금은 1987년에 개축한 작은 호텔과 아담한 아파트가 서 있다.
리펠베르그(2,582m)로 가는 길은 폭이 넓고 비교적 완만한 비탈길이며 체르마트 너머로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버가벨호른, 벨렌쿠페, 치날로트호른, 바이스호른의 모습들이다. 한 시간 이상 걸어 리펠베르그에 이르면 남쪽으로 몬테로자가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리펠베르그에서 열차를 이용해도 좋고 계속 걸어 고르너그라트에 올라도 좋다. 걸어 오르면서 각 빙하들 위로 우뚝 솟은 몬테로자와 리스캄, 브라이트호른에서 이어진 거대한 빙하가 계곡으로 흐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태양에 반사된 핀델른, 고르너, 슈베르첸, 테오둘 빙하의 눈부신 장관과 그 위로 뻥 뚫린 공간에 뾰족하게 솟은 마터호른이 강력한 인상을 발산한다. 알프스에서도 체르마트 주변의 발레 산군에 4,000m 봉우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데, 이제껏 필자는 몬테로자와 마터호른, 브라이트호른 연봉과 카스토르, 폴룩스 등 고르너그라트 맞은편 봉우리들을 거의 다 올랐지만 아직도 못 오른 봉우리들이 많다. 욕심은 금물이지만 기회가 되면 더 오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전망대에는 연중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제 하산이다. 리펠제 쪽으로 내려가면서 고산의 아담한 호수를 감상하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계속해서 내려가 리펠베르그를 거쳐 반 시간이면 리펠알프로 돌아오는데, 여기서 곧장 아래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산허리를 돌아 매혹적인 숲으로 들어선다. 1시간 정도 내려서면 그륀제의 언덕에 닿는다. 여름에는 그륀제의 수면이 줄어들지만 이른 여름에 리펠발트의 숲을 지나는 트레커에게는 더없이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갖가지 색상으로 만개한 야생화들이 맑은 호수에 비치면서 트레커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호수 가까이 핀델른글레처 호텔이 있다. 호텔 앞 표지판에는 여러 갈래의 하산길이 안내돼 있는데, 핀델른 개울 쪽으로 하산하면 다리 건너 양지바른 사면의 작은 산촌 핀델른에 다다른다. 이 산간마을에는 알프스의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오두막집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지름길로 내려가면 체르마트까지 1시간에 닿을 수 있고, 수네가(Sunnega) 쪽으로 돌아가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태고의 침엽수림지대를 지나 구릉지대를 넘은 다음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로 가기 전에 티프마텐 쪽으로 내려서는 길로 하산한다. 티프마텐의 목초지를 지나면 곧 체르마트로 내려서는 표지판이 있다. 핀델른에서 티프마텐을 거쳐 체르마트로 하산하는 데에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알프스 전문 산악인 vallot@naver.com
산행정보 : 약 1,500m 높이를 오르내리는 고르너그라트 트레킹은 6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가능하다. 2,000~3,000m 지대이기에 한여름에도 간혹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어 보온의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7~8시간 걸리는 제법 긴 코스가 부담스러우면 열차로 올라 하산하면서 트레킹을 즐겨도 좋다. 도중에 역들이 있어 컨디션에 따라 자유롭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각 역마다 레스토랑과 호텔 등 편의시설과 이정표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산행 출발지인 체르마트는 취리히나 제네바 공항에서 열차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약 4시간 걸린다. 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차와 전기차만 운행하는 체르마트는 마을 주변에 다양한 산책로를 잘 정비해두었다. 한편 케이블카를 타고 크라인 마터호른(3,883m)에도 올라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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