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화제작 '프로듀사' 중간 평가는?

입력 2015-06-09 05:00:00

역대급 조합 '프로듀사' 중간평가 점수는?

KBS 2TV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는 톱스타급 연기자와 연출자, 또 작가의 만남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방송사 예능국을 배경으로 풀어낸 트렌디한 내용으로 주중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어울리는 기획이다. 그런데도 이례적으로 주말 저녁 편성을 강행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졌던 드라마다. 지난달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후 '기대에 못 미친다' 또는 '이 정도면 기대한 만큼의 수준을 맞추고 있다'는 상반된 반응을 얻고 있다. 막대한 인적 자원이 투입되면서 방송계의 '어벤져스'라고 불리고 있는 화제작 '프로듀사'의 현재를 짚어봤다.

연기자에 제작진, 카메오 및 OST까지 최고 수준 구성

영화 '어벤져스'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토르'헐크 등 마블사의 슈퍼히어로를 한데 모아 드림팀을 만들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프로듀사'가 방송계의 '어벤져스'라 불리는 이유도 이 드라마에 함께하고 있는 이들의 화려한 면면 때문이다.

일단,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출연진이다. 톱스타 김수현과 드라마계 불패신화 공효진을 전면에 내세운 것뿐 아니라 가수 아이유와 차태현까지 4명의 호감형 스타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여기에 예지원과 김종국'박혁권 등이 감초 역할로 등장한다. 주요 캐릭터뿐 아니라 카메오 출연진도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총 8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윤여정'금보라'황신혜'현영'태티서'강승윤'조윤희'이승기'고아라'박진영 등이 깜짝 출연해 깨알같은 재미를 줬다. 특히 이승기는 '바른생활남'의 이미지 때문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친절을 베푸는 과장된 연기로 큰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의 기존 이미지까지 패러디한 능청스러움에 호평이 이어졌다. 박진영 역시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자신의 실제 모습을 살리면서 허세 넘치는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방송사 예능국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앞으로도 스타들의 깜짝 출연이 이어질 예정.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설정으로 보는 재미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출연진뿐 아니라 제작진 역시 '어벤져스'급이다. '개그콘서트'의 2차 부흥기를 주도했던 KBS 예능국의 스타 PD 서수민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을 위해 메가폰을 들었다. 또 '거짓말'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 수작을 만들었던 드라마계 명장 표민수 PD가 동반 연출자로 나서 작품을 제 궤도에 올리는데 주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여기에 '별에서 온 그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히트작을 배출한 박지은 작가가 극본을 집필한다. 이뿐 만이 아니다. 여기에 이승철'백지영'김연우 등 실력파 가수들이 OST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투입된 인력만 놓고 보면 방송계 '어벤져스'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초반부 시행착오로 혹평, 이어 안정세 접어들며 주목도 상승

'프로듀사'는 6월 첫째 주까지 8회가 방송됐다. 총 12부작이니 이제 남은 4회에 걸쳐 펼쳐놨던 에피소드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도 회당 러닝타임이 80여 분에 달하니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은 편이다. 일단 4회를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평가를 한 번 해보자면, '투입된 인적자원의 면면에 비해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존에 없던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면서 톱스타를 불러 모으고 스타작가에 예능 PD까지 연출자로 내세웠지만 사실 이 야심찬 기획은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다. 초반부에 시도했던 방식이 길을 잃고 시청자와의 접점을 찾지 못했고, 이후부터는 평범한 연애 드라마로 노선을 바꿔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 요란스러웠던 시작 단계를 떠올리자면 '실패'라고 보는 게 맞다. 그나마 좌초될 뻔 했던 작품을 노련한 연출자와 매력적인 연기자가 살려내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프로듀사' 연출진 원년멤버는 서수민 PD와 독립영화감독 윤성호였다. 윤성호는 '은하해방전선' '도약시대' 등의 작품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스타로 떠올랐던 인물.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각본과 연출로 주목받았던 감독이다. '프로듀사'는 독립영화계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한 윤성호 감독과 예능 PD 서수민의 조합으로 '참신함'을 보여주려던 기획이었다.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삼아 현실성을 높이고,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형식을 드라마 기법에 접목시키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내놓으려 했다.

하지만, 이 도전은 초반부터 장애물을 만났다. 윤성호의 연출방식이 독립영화를 찾는 마니아들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성호가 주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알려진 1, 2회는 방영 후 '재미없다'는 혹평을 들었고, 이후 3회부터 긴급히 합류한 표민수 PD가 이끌고 있다. 윤성호가 독립영화계에서 꽤나 인정받는 똑똑한 감독이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특유의 연출방식을 안방극장에 접목시킨다는 건 무모한 도전이었다. 익숙하지 않으면, 잠시라도 불편한 장면이 나오면 채널이 돌아가는 게 안방극장의 잔인한 현실이다. 관객을 극장 안에 모셔두고 두 시간에 걸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펼치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단 1분이라도 '연출자의 의도'라는 이유로 '생소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지금 표민수 PD가 만들어내고 있는 '프로듀사'는 대중이 좋아할만한 드라마다. 그리고 충분히 재미있다. 주요 인물들의 러브라인을 부각시키고 그 안에 방송사 예능국 안에서 일어날만한 일들을 적당히 녹여내는 방식. 베테랑답게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감싸안고 갈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보편타당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실패'라는 단어를 쓴 건 이 작품이 초반에 품었던 대단한 기획의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표민수 PD와 박지은 작가를 매치해 유쾌하고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보라고 했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드라마가 탄생했을 게 확실하다. 지금의 '프로듀사'는 '세계를 품겠다'고 나섰다가 적당히 한국에 머물러 '이 정도면 됐지 뭐'라고 자위하는 수준이다.

'프로듀사'의 시청률은 10%대 초반 정도다. 화제성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9시대가 원래 시청률을 확보하기에 용이한 시간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나마 초반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사'가 제 궤도에 들어선건 표민수 PD의 역할뿐 아니라 출연진과 작가의 힘도 크다. 기본적으로 박지은 작가의 필력 자체가 워낙 좋은데다 주연배우 김수현의 매력이 꽤나 영향력 있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현재 김수현이 맡은 캐릭터는 어설픈 신입 PD 백승찬이다. 고지식하고 어리바리한 인물로 연기자가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인물이 워낙 드라마나 영화 속에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자칫 뻔한 캐릭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김수현은 본인의 매력과 재능을 십분 발휘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백승찬이란 인물에 꽂히게 만들고 있다. 등장인물의 매력을 깨닫게 되면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게 '드라마 시청의 법칙' 중 하나다. 김수현은 앞서 어설픈 연출로 평단에서 혹평을 들었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흥행작으로 이끌어낼 때처럼 '배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한 번 실감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남은 4회가 방송된 후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은 '중간평가'니 '프로듀사'의 팬들께서도 고려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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