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일이다. 10년 전 문화부 정책담당(음악'공연 부문 포함) 기자로 문화계 인사 및 관계 공무원,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구문화의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떠난 뒤, 올해 3월 다시 문화부로 돌아와 데스크를 맡았다. 새삼스럽게도 10년은 결코 짧지가 않았다. 도심이냐 외곽이냐를 두고 입지 논란을 벌이던 대구미술관은 대구스타디움 옆에 세워졌고, 설립 자체에 대해 찬'반이 팽팽했던 대구문화재단은 세 번째 대표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첫걸음을 시작했던 대구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도 어느덧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꿈은 꿈이었고 현실은 현실인 것 같다. 많은 일이 진행됐고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꿈꾸었던 '대구의 내일'이 '오늘의 모습'은 아니었다. 문화예술계를 둘러싼 불협화음도 여전한 듯하다. 불협화음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불협화음이 생산적이고 발전적이 아니라 소모적인 과거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이상(理想)에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 곽승 지휘자에 이어, 줄리안 코바체프의 지휘 아래 시향은 지금 정기연주회 전석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건축 관련 갖가지 의혹과 비판이 있지만, 문화예술의 측면에서만 볼 때 콘서트 전용홀로 거듭난 대구시민회관은 그 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최상의 하드웨어와 정상급 콘텐츠가 제대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구시향과 콘서트 전용홀 대구시민회관은 대구시민을 넘어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쇼핑과 문화 향유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오가는 것을 당연시하는 현실을, 세계 최고 수준의 콘서트 전용홀에서 최정상급 연주를 듣기 위해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오는 것이 당연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그럴 역량과 가능성을 대구시향은 지금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 대구문화예술의 정책 방향과 관련해 세 가지를 생각해 봤다. 첫째 대구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 둘째 대구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는 도시브랜드로서의 문화예술, 셋째 청소년과 젊은 예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문화예술이었다.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한 대구시향은 두 번째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립교향악단은 시민들의 자존심이었다. 궁궐과 귀족의 정원에서 소수만 즐기던 클래식 음악을 시민들의 품으로 안겨준 시민계급의 자부심이 시향의 출발이다.
하드웨어로만 따지면 오페라 전용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 역시 대구브랜드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겉과 속이 함께 꽉 차야 진정한 가치를 발할 수 있다. 콘텐츠와 운영 부문에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딤프도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세계적으로 드문 뮤지컬축제를 대구에서 시작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 같다. 또 많은 대구의 젊은이들이 뮤지컬 분야에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이제는 상업화 단계에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시장(Market) 측면에서 대구는 물론 한국도 좁다. 국제화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제 서서히 뮤지컬 시장이 싹트고 있고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중국'베트남 등이 대구 젊은이들의 꿈을 펼칠 무대가 아닐까 싶다.
대표이사 신규 공모를 앞둔 대구문화재단에 대해서는 각종 보조금을 나눠주고 정부정책을 대신 집행하는 것 이외에, 대구 자체의 정책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대구문화재단 내부의 조직 정비라는 생각이다. 문화재단 설립 때 논의된 장'단점 중 장점은 온데간데없고 단점만 부각되고 있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1회 행사를 연 대구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대구예총)에 대한 기대가 크다. 청소년들이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키워 주고, 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꿔갈 수 있는 대구의 문화예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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