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속담 만화경

입력 2015-06-04 05:00:00

어느 국가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을 보면 '나간 놈의 집' 같다. 국가 대사를 호미로 막을 걸 공연히 좌우를 들쑤셔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이다. 제발 사촌이 땅을 사더라도 배 아픈 시늉은 하지 말자.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듯, 하고 버릴 말이라도 가려서 하자. 지도자를 나무에 오르라 해 놓고 밑에서 흔드는 것은 다반사요, 다 된 밥에 재를 뿌리지 않나, 그야말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는 형국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옛말을 알고나 있는 건지, 마구 퍼주다 나라 곳간은 그물에 든 고기 신세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꿩 잡는 것이 '매'일 터인데, 요즘 위정자와 공복들은 하나같이 동냥은 하지 않고 국민들 쪽박만 깬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듯, 돈도 받아본 자가 더 잘 받는 것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나라 웅덩이를 분탕질하고 있다. 구멍은 깎을수록 커지는 법. 허물이 크면 저마다 자숙하면 될 터, 공연히 가랑잎 하나로 하늘을 가리기에 바쁘다. 금융권은 금융권대로, 공기업은 공기업대로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을 두고 있다. 못된 망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고, 요즘 기업들은 망해가면서도 외려 땅땅 큰소리다. 국민 혈세로 제 밑구녕 닦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는 이제 당연시되고, 힘없는 자의 법이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골목마다 사공은 또 어찌나 많은지, 저마다의 잇속으로 배는 산으로 가고, 마을은 마을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고슴도치 제 새끼 함함하다고, 아예 타협은 쇠귀에 경 읽기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는 법인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며, 똥 묻은 놈이 되레 재 묻은 놈을 나무라는 격이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이대로 가다가 종국엔 온 나라가 망건 쓰자 파장이다. 선한 국민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듯,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위정자가 자꾸 거짓말과 협잡만을 일삼는다면 민초는 끝내 물 위에 배를 뒤집어엎는 법.

왜 우리 사회는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하라고 끝까지 떼거리로 우기는가. 어디 이념의 빈대를 잡으려고 국가 백년대계인 초가삼간을 다 태워서야 쓰겠는가. 핑계 없는 무덤이 있겠느냐만, 항간의 작폐는 너무 많이 아는 게 병이다. 외손뼉이 못 울고, 한 다리로 못 간다 하지 않았던가. 너와 나, 우리가 척을 지면 배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오늘 우리가 틀어 앉은 한반도가 바로 꽃자리가 아닌가. 미국이니 중국이니 일본이니 우리를 지켜 줄 것 같지만, 결국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꼴. 내(川)를 건너간 놈은 지팡이를 팽개치고,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 것이 대국의 흑심이라면, 공연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일찌감치 냉수 먹고 속이나 차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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