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격리병동 대거 확보…확산 방지 사활 걸었다

입력 2015-06-02 05:01:20

국가지정 병동 일반환자 차단…의료진 전신 보호복

메르스 의심 환자가 처음으로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전국 병원에 격리병동을 대거 확보, 추가 사망자는 물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상태가 가장 나쁜 것으로 알려진 70대 환자를 관찰하며 메르스 확산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격리병동에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 과연 제대로 된 치료가 되겠느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집단 공포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경북도 내 병원의 경우 외래 환자가 크게 줄어드는 등 여파가 크고, 대구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갔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

◆대구 의료계 "격리병동 이상 무"

1일 오전 찾은 대구의 한 국가지정격리병동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병원 본관과 독립된 건물인 이곳 감염예방센터는 격리병상 43병상과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음압격리실에 5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31일 첫 메르스 환자와 간접 접촉한 뒤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 30대 여성 2명도 이곳에서 1, 2차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격리병동은 별도로 마련된 출입구를 통해 일반 환자와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다. 평소에는 급성결핵환자나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결핵 환자들이 격리치료 받는 곳이다. 메르스 감염 사태 이후 환자가 닥칠 것에 대비해 결핵 환자들은 다른 병동으로 옮긴 상태였다.

음압격리실은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병실이다. 독립된 환풍시설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걸러내는 공기여과필터, 습도 및 온도 조절장치 등이 설치돼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다. 출입문은 이중으로 만들어 외부로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각 병실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제세동기, 심전도 기계, 환자 감시 모니터 등이 설치돼 있다.

환자는 누워 있는 상태에서 의료진과 모니터와 마이크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의료진은 전신을 감싸는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며 체액이 튈 경우를 대비한 보안면과 전동식호흡보호구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의료진이다. 이곳에는 격리병상이 있지만 감염내과 전문의나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다. 중요 감염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제대로 의료진은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 경북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유사시 감염내과 의료진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신속한 대응과 처치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전염 위험 극히 낮다" 되풀이

1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 2명이 치료 중인 경주의 한 병원 격리병동도 외부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돼 있다. 이 병원의 격리병동은 지난 2011년 국비 12억원을 지원받아 건립됐다. 외부와 차단된 33병상을 갖추고 있고, 자체 정화설비와 출입로를 갖추고 있다. 화상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며 출입할 때는 방역복을 착용하고 정해진 소독 및 정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주의 격리병동은 현재 환자의 체력 보강과 해열에 주력하고 있다. 기침과 고열 등 메르스의 주요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메르스가 특별한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바이러스가 다른 장기로 침투해 일으키는 합병증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렴 등 호흡기질환과 신장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메르스 환자가 48시간 이상 열이 나지 않고, 혈액 검사 결과에서 정상 수치를 보이면 1차 완화된 것으로 본다. 이때 퇴원은 가능하지만 재발에 대비해 자택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막은 채 격리치료를 받는다. 자택 격리치료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에서 출장 모니터링을 하며 열흘 동안 보건당국이 지정한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이후부터 정상활동이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자칫 방심할 수 있지만, 건강한 성인이 제대로 된 치료만 받는다면 그리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라며 "충분히 주의하되, 과도하게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 불안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메르스 감염자가 계속 늘면서 대구경북은 물론,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개인위생 관련 제품 판매가 급증하는 한편 병원에는 메르스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며칠 사이에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 개인위생 관련용품들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마스크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말(30, 31일) 마스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나 증가했다.

이 기간 구강청결제와 손 세정제 매출 또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각각 43.6%와 3.3% 늘었다. 약국이나 공공시설에도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띄고 있다.

주부 이모(38) 씨는 "약국 출입구에 비치된 손 세정제를 약과 함께 샀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예방법이 위생관리밖에 없다고 하니 손 세정제도 가방에 하나 넣어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일주일 사이 위생관련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30, 31일 마스크 판매량은 일주일 전(23, 24일)에 비해 709%나 늘었다. 같은 기간 손 세정제 판매량도 147% 증가했다.

병원에도 메르스 관련한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특정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유언비어가 돌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SNS 상에는 '평택에 격리시설이 부족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다. 응급실에 입원해서 위험지역이다'는 등의 헛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는 메르스 환자가 없고, 응급실이 아닌 격리병동에서 검사를 받았다.

대구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고 외래 환자들이 접수하면서 메르스 환자 입원 여부를 묻는 등 불안해하는 방문객이 많다"며 "증상 및 예방법 등을 알리는 안내문을 병원 곳곳에 게시했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경주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김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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