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우여곡절 끝에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용은 지난 2일 여야가 합의한 것과 똑같다. 왜 개혁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간데없다. 그래서 이는 개혁이 아니다. 내년 총선 때 공무원의 표를 의식한 여야의 눈치 보기와 기회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개혁'이라고 이름붙이는 그 용감함이 도리어 국민을 절망케 한다.
이번 개혁안을 개혁이라 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국가 재정 총부담액은 앞으로 70년간 333조원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는 1천987조원에 이르는 전체 재정부담액의 극히 일부분이다. 앞으로 70년 동안 1천654조원을 재정에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 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공무원의 노후를 전 국민이, 그리고 후세대가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정의롭지 않다.
두 번째로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정에서 지출하는 돈이 당장은 줄어든다 해도 그 효과는 6년뿐이라는 점이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은 올해 2조9천133억원(하루 80억원)에서 내년에 2조1천689억원(하루 6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6년 뒤인 2021년이면 연금 적자 보전액은 3조1천530억원으로 '원위치'한다.
더 큰 문제는 연금 적자 부담액이나 재정 절감 효과 모두 물가상승률, 공무원 수의 증가, 국민의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연금지급 기간 증가 등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 시점의 '불변가격'이라는 점이다. 공무원이 더 늘어나거나 수명이 더 길어지면 공무원연금을 위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규모는 필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이다. 여야 합의안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결국 공무원연금은 개혁을 한 게 아니라 미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공무원연금은 다시 손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개혁 같지도 않은 개혁안에 동의한 청와대 모두 당대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방치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이번 개혁안을 '사회적 합의'라고 추켜세우지만 공무원과 정치집단의 야합이고, 당대의 과제를 미래로 떠넘긴 합법적 민의(民意) 배반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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