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토의 최전방인 중동부 전선을 다녀왔다. 녹음이 짙어진 산하는 장대하게 뻗어 있고 고지에서 바라보는 철책 너머의 북녘 땅은 적막했다. 전방 소초마다 장병들이 배치되어 교대하기까지 8개월 동안 머물며 국토방위의 사명에 여념 없는 모습은 늠름하면서도 애잔했다. 우리 군은 일찍이 장병들의 신앙 전력화를 위한 방책으로 각 종교의 협력하에 군종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신병훈련소를 위시해 전후방 각급 부대에서 군목과 군종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원활한 군선교를 위한 후원 조직은 사단법인인 전국연합회와 각 교단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군선교를 펼치고 있는 곳이 대구지역이다. 현재 군에 마련된 1천여 개의 예배당 가운데 100여 개가 대구에서 건축하거나 개축하였다. 진중세례식을 통하여 해마다 수천 명에게 세례를 베풀며 찬양예배, 성경 보내기, 사랑의 온차 보내기 등 다양한 위문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구 군선교회가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소위 '소초교회' 세우기이다. 소초라 함은 철책을 따라 장병들이 보초를 서는 곳이다. 소초교회는 바로 그곳 장병들의 예배활동을 위해 설치된 작은 예배당을 일컫는다. 말이 교회이지 실상은 20, 30명 정도 들어가는 컨테이너 박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이 귀한 것은 적을 눈앞에 두고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오지의 장병들에게 예배와 교제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민족 고통의 현장인 분단선을 따라 믿음의 청년들이 하나님께 예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가슴 벅차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것을 이름하여 '코리안 바이블 벨트'라 하였다. 바이블 벨트란 미국 동남부에 걸쳐 있는 보수적인 기독교 강세 지역으로 한때 미국의 정신을 대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개념을 원용하여 붙인 이름인데, 분단된 국토의 허리에 건강한 정신과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된 청년들로 하여금 철통 같은 국토방위와 더불어 하나님을 예배하게 하고자 하는 신앙 전력화 프로젝트이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 철책을 따라 세워진 소초교회에서 드려지는 찬송과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민족의 통일까지 허락하실 것이라는 큰 소망도 가져본다.
여건이 대구보다 나은 지역들이 많지만 대구의 교회들로 하여금 이 일을 하게 하는 데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믿는다. 역사적으로 대구는 한국전쟁 때도 호국의 성지로서 사명을 감당하였다. 낙동강 방어선을 통하여 공산당의 남하를 저지하였고 반격의 거점이 되었다. 교회사적으로도 '북평양 남대구'라 하여 대구는 남한의 예루살렘으로 지칭될 정도로 평양의 공산화 이후 그 역할을 대신하였다. 그러므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구가 통일 한국을 위한 군선교의 선봉이 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 사료된다.
하나님은 스룹바벨 총독을 통하여 포로지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제2의 성전을 건축하게 하셨다. 황금의 집인 솔로몬 성전에 비해 이 성전은 뒷산의 나무들을 찍어다 지은 것으로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건물의 화려함에 있지 않다. 하나님이 계시는 진정한 성전은 우리들의 마음 중심이기 때문이다. 차마 교회라 이름조차 할 수 없는 소초교회이지만 그곳에서 드려질 기독 청년들의 기도를 하나님이 받으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다.
대구는 명실상부한 군선교의 메카이다. 대구의 교회들이여, 동에서 서까지 코리안 바이블 벨트를 세우자.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우리 시대에 통일을 주시리라.
박창식 달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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