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 싶어요] 1972년 미국 입양 이정희 씨

입력 2015-05-29 05:00:00

44년 전 남산동 서현교회 앞에서 발견 "친부모님 닮아가는 모습 알아봤으면…"

이정희 씨 최근 모습
이정희 씨 최근 모습
이정희 씨 발견 당시 모습
이정희 씨 발견 당시 모습

이정희(웬디 리브즈'45) 씨는 어린 시절 잃은 부모님을 찾으러 고향인 대구를 이달 처음 찾았다. 이 씨는 부모님을 잃고 며칠을 굶은 채 지친 상태로 돌아다니다 1971년 10월 11일 대구 중구 남산동 서현교회 계단에서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씨는 새끼 손가락이 또래보다 절반 이하로 짧았고 발가락 길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한다. 또 이 씨의 턱 아래쪽에는 부모님을 잃고 돌아다니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상처도 나 있었다.

당시 교회 인근에 있던 덕산파출소에 잠시 머문 이 씨는 시간이 지나도 찾는 이가 없자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운영하는 백합보육원으로 옮겨졌다. 보육원 관계자는 이 씨가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것으로 봐 2, 3세 정도로 추정하고 생년월일은 1969년 12월 29일로, 이름은 이정희로 지어줬다.

백합보육원에서 한 달간 머문 이 씨는 일산의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하는 보육원으로 옮겨졌고 이듬해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이 씨는 미국 양부모 가정에서 외동딸로 친척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를 꼽을 때도 이 씨는 언제나 양부모가 먼저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어린 티를 벗으면서 이 씨는 학교, 동네 등에서 자신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기 시작했고, 간혹 인종차별 발언을 쉽게 내뱉는 사람도 만났다.

특히 결혼을 해 자녀를 둘이나 낳은 뒤에도 이 같은 사건이 계속되자 이 씨는 자신의 뿌리 찾기를 시작했다.

이 씨는 "자녀들에게 이곳에서 차별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며 "내가 어디에서 어떤 배경을 갖고 태어났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줘 나 스스로 떳떳한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미국의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 중인 이 씨는 직장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족과 함께 또다시 대구를 찾을 계획이다.

"미국으로 입양갈 때 입양기관에서 신겨준 색동 고까신을 아직도 갖고 있어요. 제 나이가 벌써 중년이 됐는데 부모님과 닮았을 제 모습을 보고 바로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연락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053-659-3333).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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