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악의 연대기' 배우 박서준

입력 2015-05-28 05:00:00

"생애 첫 스크린 도전…감정 몰입하느라 늘 긴장"

'키이스트 회사 덕' '배용준과 친해서 계속 출연'…. 배우 박서준(27)이 언급된 댓글을 봤다. 최근 결혼을 발표한 배우 배용준과 박수진의 오작교가 박서준이라는 기사에서다.

박서준은 2011년 아이돌 그룹 B.A.P 멤버 방용국의 '아이 리멤버'(I remember) 뮤직비디오로 데뷔, 꾸준히 연기해오고 있다. 드라마 '드림하이2' '금나와라 뚝딱' '따뜻한 말 한마디' '마녀의 연애' '킬미힐미' 등으로 인사했다. 또 KBS2 TV '뮤직뱅크' MC로 얼굴을 알렸고, 의외의 노래 실력도 뽐낸 바 있다. 차곡차곡 데뷔 5년 차가 됐다. 노력의 결과였다. 그래서인지 회사 덕이라든지, 소속사 대표의 친분으로 드라마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는 말은 조금은 서운한 듯했다.

"회사 덕이라는 말을 듣는 건 조금 아쉬워요. 저도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거든요. 누가 신인을 무턱대고 써주겠어요. 모험하는 곳은 없어요. 회사에서도 좋은 배우가 되기를 원하고, 저도 그래요. 전 어렵고 부담스러울 것 같은 역할은 안 되겠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회사가 크니까 단순하게 '회사 덕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겉만 보는 것 아닐까요?"

박서준은 최근 개봉한 영화 '악의 연대기'도 두 번의 오디션을 봤다. 백운학 감독은 박서준이라는 배우를 잘 몰랐다. 입시 때 해봤던 즉흥 연기를 감독 앞에서 오랜만에 선보여야 했고, 극 중 동재 역을 따내기 위해 자신을 어필해야 했다. 결국 두 번의 오디션 뒤 합격 통보를 받았고, 박서준은 영화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박서준은 "시나리오도 재미있었고, 최근 영화에서는 20대 출연자들이 할 영화가 별로 없었다.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는데 생각대로였다"고 만족해했다.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내가 스크린에도 나올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 인사를 돌면서 제가 살던 지역 극장에 갔는데 느낌이 특별하더라고요. 이 극장을 다니며 영화 찍고 싶다는 꿈을 품었었는데 인사를 하러 오다니, 감격했죠.(웃음)"

물론 동재를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최 반장(손현주)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되어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예측불허의 추적 스릴러. 박서준은 최 반장이 지휘하는 강력반의 신참 형사 동재를 연기했다. 경찰대학 시절부터 전설 같았던 최 반장을 동경해 왔지만, 최 반장의 수상한 행동을 발견하고 그를 의심하게 되는 인물이다. 최 반장을 바라보는 감정을 조절해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알겠지만 손현주에 버금가는 감정 조절과 고뇌가 필요했을 것 같다. 박서준도 동의한다. "손현주 선배처럼 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했죠. 감독님이 말하는 것 하나하나를 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했거든요. 영화에서 다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나만의 고민을 하기도 했고요. 감독님은 촬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질 않았다니까요.(웃음)"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생애 첫 영화 촬영 현장은 어렵게 느껴졌다. 그는 "드라마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현장이라 처음에는 답답했다. 빨리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더라"며 웃었다.

손현주와 마동석 등 선배 배우들이 잘 챙겨준 것도 현장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됐다. "손현주 선배는 젠틀하시고 정말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작품을 하고 나니 친해진 것 같아요. 마동석 형님은 위트가 장난 아니에요. 재미있는 분이시더라고요."

차차 시간이 흘러 즐겁게 촬영을 했지만, 개봉을 앞두고는 다시 또 떨리고 긴장됐다. "드라마는 피드백이 빠르니깐 반응을 보고 뭘 고쳐야 하고, 잘한 부분들은 어떻게 계속 유지해서 가야 하는지 보이더라고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것도 있고 눈치도 빨라진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는 개봉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생겨 다시 긴장하게 되는 게 무척 다르더라고요."

박서준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분량이 아쉬울 법하다. 편집된 부분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박서준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시나리오에서 표현되지 않은 공백을 상상하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또 "오히려 엔딩신은 추가된 것"이라며 "감독님이 '이런 장면으로 끝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엔딩컷까지 나올 줄 몰랐다. 감독님이 나를 많이 아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좋아했다.

영화 속 동성애 코드는 삭제된 장면이 있다. "남자끼리 안아주는 신이었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빼신 것 같더라고요. 많은 것이 담긴 감정 연기를 해야 했는데 관객이 보기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으니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봤나 봐요. 하지만 지금은 '그 장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하하."

박서준은 데뷔 이후 연기 면에서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고마운 일"이라며 "처음에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내가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될 작품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참여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고 호감을 가진 건 아닐까 한다"고 짐작했다.

또 "현재 대중은 굉장히 냉정하고 수준이 높다"며 "연기를 잘 하지 못하면 관객 모독이고, 배우는 곧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대중보다 앞서 있는 시각으로 연기를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서준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배용준과 박수진을 연결해줬다는 것에 대해서다. "두 분과 친분이 있긴 해요. 하지만 제가 무슨 힘과 능력이 있어서 두 분을 연결해줬겠어요? 하하하. 전 언제 결혼하느냐고요? 아직 멀었죠. 아직도 연기해야 할 게 많은 것 같거든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사진 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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