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민= 70대 초반이며, 장성한 두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결혼 당시 남편은 초혼에서 수년간 자식이 없어 이혼한 후 후손을 보기 위하여 친척의 소개로 저랑 결혼했습니다. 당시 저는 가난한 집안의 9남매 중 막내로 자랐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남편과 결혼하여 자식만 낳아주면 호강하며 살 것으로 믿었습니다. 재력 있는 집안의 외아들로 자란 남편은 결혼 초부터 저에게는 관심이 없고, 전처를 수없이 들먹이며 비교했습니다. 더구나 아들을 낳은 후 남편의 요청으로 아이를 안고 전처의 집을 함께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전처뿐만 아니라 한량처럼 외간 여자를 만나고, 만취한 상태로 폭력까지 휘둘렀지만 남편의 요구는 무조건 들어줘야만 일시적 평화가 유지되기 때문에 어떠한 거부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에게 대드는 날은 남편의 분이 풀릴 때까지 맞아야 했습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불안하고 두려운 삶의 연속이었으나 열심히 일만 하고 자식을 키우며 살았습니다.
한번은 용기를 내어 약국에서 술 끊는 약을 사서 남편의 음식에 넣었다가 발각되었는데, 죽이려고 독약을 넣었다며 저를 죽도록 두들겨 팼습니다. 견디다 못한 저는 자살을 시도하다가 심각한 장애만 입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주변의 권유로 이혼했다가 몇 년 후 다시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과 남편이 앞으로 잘하겠다는 반성의 말을 듣고, 희망을 갖고 재결합을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잘하겠다는 철석같은 약속을 쉽게 저버리고, 과거 나쁜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했습니다. 지금도 몸이 불편한 저의 외로운 마음은 아랑곳없이 혼자서 술과 여자, 그리고 취미생활로 자유롭게 살며 조금만 잔소리를 해도 이혼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저는 이혼할 수 없습니다. 이 남편을 제발 성실한 사람으로 좀 바꿔주세요!
■ 해법= 가난한 가정에서 9남매의 막내로 입을 덜기 위해 결혼한 귀하의 일생이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조선시대 씨받이 같은 역할을 선택하여 결혼을 시작한 귀하가 아들을 2명이나 낳고 열심히 일만 하며 알뜰하게 살아왔는데, 일생 정당한 대우도 못 받았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남편은 재력 있는 집안에서 외아들로 귀하게 자랐고, 부친까지 일찍 사망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으며 자유분방하게 살아왔습니다. 한량 같은 삶이 이미 고착화된 남편을 귀하가 혼자 힘으로 바꾼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결혼한 남자가 아기 낳은 아내를 데리고 전처의 집을 별 생각 없이 동행하자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남편의 말을 거역하면 더 큰 화가 닥칠까 두려워, 억지로 참으며 수많은 세월을 견디어 왔습니다. 남편은 적반하장으로 참고 노력한 귀하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 툭하면 이혼하자고 하니 비참하고 억울한 그 마음 누가 알겠습니까?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남편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폭력에는 무조건 참고 견디며, 틈나면 남편에게 바른 삶은 이런 것이라며 가르치듯 반복한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절제력이 없고 무책임한 남편과 함께 여생을 살고자 한다면 몇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 장애를 입으면서도 억척같이 일하며 가정을 유지해 온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지며 스스로 칭찬하고 힘을 얻어야 합니다. 둘째, 내가 왜 이런 부당한 대우에도 살아야 하는지 내면을 탐색하고, 폭력에 대처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셋째,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듯 남편만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 다가가기보다는 귀하께서 혼자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이 무엇인지 찾으십시오. 혼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가 나를 따라오도록 자신을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한 걸음 한 걸음 새롭게 출발하십시오. 남편 또한 진정한 마음은 간섭이 싫다는 것이지 이혼이 아닙니다. 성실한 남편으로의 작은 변화를 위해 '파이팅' 합시다!
■해법 도출과정= 본 사례는 노년에 도달한 부부가 일생 갈등을 겪으며 스스로 조율하느라 엄청난 사건들을 경험했습니다. 서로의 차이 즉 결혼 동기부터 결혼생활 전반에 걸친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나 큽니다. 성격의 차이, 성장과정에서의 가정문화 차이 또한 극심합니다. 남편은 전통적 가부장적 가정의 외아들로서 통제력이 없고 책임감이 없으며, 노력 없이 주어진 혜택만 누리며 살아온 한량 같은 사람입니다. 반면 아내는 형제자매가 많은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로 어려움을 겪으며 자랐기 때문에, 현실적이며 생활력이 강한 분입니다.
결혼의 동기부터 평등한 1대1의 남녀로 만난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갑을 관계'로 이뤄졌기 때문에 아내의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신혼 때부터 폭언과 폭력에 노출되어 심리적 중압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며 살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가끔 발생하는 사건입니다.
효율적인 대처방안은 첫째, 현재의 모습 그대로 유지해 온 것에 대하여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며, 아내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입니다. 둘째, 폭언과 폭력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셋째,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영역을 찾으며 일방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상호의존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생을 위하여 용기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부부교육을 실시합니다.
박경규/(사)영남가정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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