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에 위치한 쎈짐 동구지부를 방문하였다. 건물은 낡아 보였는데 막상 2층 체육관에 올라가 보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제법 넓은 공간을 잘 활용해 돋보이는 배치를 해둔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국 주짓수 중량급의 최강자 중 한 사람인 서보국 관장을 만났다.
"체육관을 이사하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인테리어를 다시 하게 되었네요."
5년 정도 된 체육관이 깨끗하기도 하고, 모든 게 새로 만든 것 같아서 물어보니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고 한다. 제자들이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넓은 곳으로 이전하려 했지만, 조건들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지금 체육관의 인테리어 전체를 다 바꾸고 제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 관장이 처음 주짓수를 접한 때는 20세 때였다. 당시 그는 합기도 사범으로 일하며 운동을 계속 할 때였는데, 처음 접한 주짓수는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주짓수를 수련한 선배와 스파링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러고는 충격을 받았어요. 5분 동안 10번 정도 탭을 치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낀 거죠." 그 일이 있은 직후 서 관장은 '언젠가는 주짓수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고, 2006년 이재훈 관장을 찾아가서 정식으로 주짓수에 입문하게 된다.
"연합대회에서 4관왕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힘들어서 토할 것 같았어요." 서보국 관장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당시 최초로 한 대회에서 체급 기, 노기 경기와 앱솔루트(체급과 상관없이 하는 경기) 기, 노기 경기를 우승했을 때였다. 하루 만에 10번이 넘는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전인미답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국내외 대회에서 모은 금메달 수만 해도 40여 개에 이르고, 한국에서는 최초로 아부다비 월드프로 주짓수 예선에서 두 번 우승해서 본선에 참가했다. 아부다비에서 두 번의 시합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하고, 인터넷에서나 보던 유명 선수들과 스파링하면서 자신과의 격차도 느끼며 좋은 추억도 가질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 행복감을 느끼는데, 이 행복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서 관장이 체육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삶의 만족감이나 의미들을 찾지 못했는데,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게 되었다. 제자들이 주짓수 시합이나, 종합격투기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좋고,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며, 자기만 알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물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뺑소니 사고로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고 윤성준 선수를 생각할 때마다 공허감이 든다고 했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지도하고 혼을 불어넣었던 선수였다. 그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흐뭇했고, 그의 승리를 같이 기뻐했고, 패배는 본인보다 더 아파했었다. 윤성준 선수의 죽음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슬픈 일이라고 했다. 심지어 사랑하는 제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체육관을 그만하려는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마음의 깊은 슬픔과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서 관장을 보면서 용기란 어려움과 두려움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제자들과 스파링하고 싶어요. 그리고 시합에도 다시 나가야지요." 서 관장은 그저 운동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다. 그의 목표가 나이가 들어서도 운동하고 싶다는 것이다. 시합에 대한 열망도 아직 진행 중이다. 몇 년 전에 결혼했고 아기가 태어나서 시합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합에 지속적으로 다시 도전함으로써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관장으로 남을 생각만 있다.
주짓수가 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좋은 인재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씨앗이 또 좋은 나무가 되어 귀한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주짓수를 통한 선연이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선수(쎈짐 하양지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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