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서 21세기 인문가치 포럼…공감과 배려 유교 속에서 찾는 바람직한 공동체

입력 2015-05-28 05:00:00

안동시는 지난해 3월
안동시는 지난해 3월 '한국정신문화재단' 발족과 함께 출범시킨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감과 배려'를 주제로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을 마련한다. 지난해 도산서원에서 개최된 도산별과 모습. 엄재진 기자

현대병을 앓고 있는 지구촌이 안동을 주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공인된 안동은 물질 만능과 개인주의 등 지구촌이 앓고 있는 병폐를 치유할 다양한 '인문가치' '정신문화'를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0일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한 여론조사기관이 세계 143개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100점 만점에 59점. 조사대상 143개 나라 중 최하위권인 118위에 그쳤다. 또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4월 23일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세계 158개국 가운데 47위였다. 이런 지표들은 경제력으로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즉 행복의 조건은 따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다움의 의미를 묻는 '인문가치'의 중요성이다.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각종 분쟁과 양극화 등 물질과 경제논리 속에서 나타나는 지구촌 곳곳의 부작용에 대해 윤리와 의(義), 인간중심 가치를 중시하는 '유교'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점 찾아 나서고 있다. 올해는 두 번째 포럼으로 '공감과 배려'를 주제로 지구촌 석학들이 유교 속에서 그 가치를 찾아 나선다.

◆현 정부 정책기조의 핵심, 인문정신'인문가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는 새로운 가치는 '인문' '정신' 문화다. 박근혜정부의 정책 기조 가운데 핵심은 인성교육 실현을 위해 인문정신, 인문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문 콘텐츠 개발로 문화융성 시대를 만든다는 목표도 세워놨다.

지난해 7월, 안동에서는 세계적 석학 100여 명이 참석해 21세기를 지탱할 새로운 정신문화 패러다임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행사가 열렸다. 안동시가 지난해 3월 한국정신문화재단 발족과 함께 출범시킨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의 첫 사업으로 '현대 세계 속의 유교적 가치'를 주제로 한 토론회 자리였다.

이 행사를 통해 세계 석학들은 '안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석학들은 "인간 본성과 주체성 회복의 길을 찾기 위해 인문 전통의 고장 안동에 모였으며, 우리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이 인의(仁義)와 상생의 도덕적 관계로 맺어져 있음을 재확인했다. 유교의 가르침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다시 읽어 재조명하고, 나아가서 인류의 다양한 문명 간의 소통과 창조적 융합을 도모할 것을 천명한다"고 발표했다.

김병일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조직위원장은 안동의 가치에 대해 "단순히 유학의 본향이기 때문에 안동에서 동아시아 가치의 새로운 해석을 모색하는 것은 아니다. 안동은 근대와 전근대, 동양과 서양,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국가와 민중 등 다양한 계층의 충돌과 경합, 협력이 이뤄졌던 동아시아 공간의 역사적 경험을 잘 대표하고 있다. 이 같은 가치 충돌이 중층으로 겹쳐 있는 경험 및 역사와 공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행복한 삶 위한 조건은 '공감과 배려'

올해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은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 '공감과 배려'를 주목, 다양한 접근과 진단에 나선다. 포럼은 기조강연을 필두로 '인문가치 공유'와 '인문가치 모색', '인문가치 구현' 등 3부로 구성된다. 이는 각각 대중참여 프로그램과 전문가 프로그램, 문화'지역 프로그램이다.

기조강연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공감과 배려의 덕목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유럽의 한국학 연구에 초석을 놓은 전 유럽 한국학협회장 보데왼 왈라번(Boudewjin C.A. Walraven)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서양인의 눈에 비친 유교의 배려윤리에 대해 참가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본 프로그램 가운데 대중참여 프로그램은 '공감과 배려의 출발점―가족'이라는 세부 주제 아래 오늘날 상실되어 가는 가족 간의 공감과 배려문화를 짚어보고 그것의 온전한 복원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영화 콘서트와 토크 콘서트, 북&뮤직 콘서트 등 모두 3개 세션으로 짜여 있다. 영화 콘서트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과 상담심리학자 이호선 교수가 76년을 함께하고도 부족했던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아 진행한다.

이어서 '딸들에게 희망을' '그래 수다로 풀자'의 저자 오한숙희 선생과 코미디언 전유성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는 '천륜'이라 부르는 부모와 자식 사이, 하늘이 묶어준 이 인연의 고리가 오늘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를 한바탕 수다로 풀어 본다.

마지막으로 북&뮤직 콘서트에서는 시인 이문재 교수와 감성교육 전문가 김은실 교수가 문학작품과 음악을 통해 가족에 대한 우리들의 감성 온도를 체크하고, 식었을지도 모를 가족 간의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지펴줄 예정이다.

◆7개 세션을 통해 전문가들의 가능성 타진

연구자들이 주로 참가하는 전문가 프로그램은 '공감과 배려에 기초한 공동체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7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세션은 '동아시아의 공동체와 비공식 연결망'이라는 주제로 중국의 '관시'(關係), 일본의 '아이다가라'(間柄), 한국의 '연고'(緣故) 문화를 진단한다. 피터리(Peter Ping Li) 덴마크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교수와 뤄자더(Jar-der Luo) 중국 칭화대 교수 등이 발제와 토론에 참가한다.

두 번째 세션은 '사회변동에 따른 공감과 배려 양상의 변화'가 주제다. 동아시아에서 사회변동에 따른 공감과 배려 양상의 변화를 조망한다. 세 번째는 '공감과 배려의 여성적 조건과 방법'을 주제로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 최혜월 호주국립대 교수, 김선희 이화여대 교수, 정해은 한중연 교수, 리첸양(Chenyang Li)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 등이 참가해 토론한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21세기 공감과 배려 윤리로서의 유교 윤리의 변용'을 주제로 유교의 '관계 중심적 윤리'의 빛과 그림자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특별 세션으로 '차세대 인문학자 한마당'과 '전문학회 참여마당'이 마련된다.

마지막 세션은 '종합토론'으로 꾸며진다. 전문가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토론의 성과를 리뷰하고 공유하며, 아울러 이를 통해 내년도 포럼의 주제를 도출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 밖에 '공감과 배려, 일상에서 되살리다'라는 주제로 문화'지역 프로그램이 열린다. 모두 7개의 세션을 통해 공감과 배려문화가 역사 속에서 구현돼 온 현장과 포럼 개최지인 안동의 전통인문정신 활용 사례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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