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형제

입력 2015-05-27 05:00:00

조선 중종 때 편찬한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형제투금(兄弟投金)이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어느 형제가 금 덩어리를 주워서 나눠 가진 후 함께 배를 타고 가는데, 아우가 자신의 것을 강물에 던져버렸다. 형이 그 까닭을 물으니, 막상 금 덩어리를 나누고 보니 평소에 좋던 형이 미워 보여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형 또한 금덩어리를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 여겨 버렸는데, 후일 세인들이 그 강을 투금뢰(投金瀨)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일본의 여러 고서에도 전하는 설화로 형제간의 우애조차 갈라놓는 재물과 권력의 속성을 경계한 내용이다.

지난날 우리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었던 '의좋은 형제'도 비슷한 교훈을 준다. 형과 아우가 저마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 추수한 자신의 논 볏가리를 밤중에 몰래 각각 형과 아우의 논에 쌓아놓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한 정경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생 뜻을 함께한 사례도 있다.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는 평민의 권리 확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고,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 제작과 항공산업 개척의 동지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성경에 기록된 인류 최초의 살인도 형제간의 살육이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이다. 질투심 때문이었다. 구약성서에는 이 밖에도 야곱이 형의 장자권을 낚아챘는가 하면, 요셉이 형제들의 시기를 받아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는 등 형제간의 갈등과 대립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술탄으로 등극하면 선결 과제가 자신의 배다른 형제들을 철저하게 죽이는 것이었다. 중국 삼국지의 영웅으로 위나라를 세운 조조가 죽은 후 왕위에 오른 장남 조비는 부왕 생전에 유독 사랑을 받았던 동생 조식을 죽이려 했다. 그래서 일곱 발자국을 걸어가는 동안 시를 지어 보라고 했다. 이때 나온 시가 '칠보시'(七步詩)로도 부르는 '자두연기'(煮豆燃箕)이다. 한 뿌리에서 나온 콩깍지 안의 콩을 삶는 것을 한 아버지 슬하의 형제간 살육으로 빗대어 죽음을 면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크랩튼의 공연장에 나타난 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들 형제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공포정치를 일삼는 김정은과 서양음악에 경도된 외유 행보를 보이는 김정철 그리고 일찌감치 잠적한 이복형 김정남. 공산왕조 3형제의 앞날이 수상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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