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탈법 얼룩진 포항 블루밸리 현장…LH의 '무법공사'

입력 2015-05-27 05:00:00

주민 대다수 노인 '배짱장사' 일관, 포항 도심 떨어진 단속 손길도 미미

주택 철거 작업이 물도 뿌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뤄지면서 비산먼지가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주택 철거 작업이 물도 뿌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뤄지면서 비산먼지가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주거용 땅을 분양(13일 자 6면 보도)하고, 서민들에게 싸게 산 땅을 비싸게 되팔아 목돈을 챙기는 '땅장사' 의혹(19일 자 1면 보도)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불'탈법 공사'로 말썽을 빚고 있다. 시민들은 도덕적 해이에 이어 안전 불감증까지 제기하며 LH를 성토하고 있다.

◆불법 폐기물 처리

블루밸리 내 석면 덩어리인 슬레이트 주택지붕 철거 과정에서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 LH가 이번에는 건설 폐기물을 길바닥에 마구 방치해 주민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집을 허문 뒤 발생한 건설 및 건축 폐기물은 발생 즉시 위탁 처리하거나 임시폐기물보관소에 적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감리와 감독관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앞으로 장마가 지면 폐기물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땅으로 스며들 것으로 보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석면해체나 폐기물 처리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처리되더라도 현장이 포항 도심과 30㎞ 이상 떨어져 있고, 주민도 고령의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내부에서만 '쉬쉬' 하면 들통나지 않게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셈이다.

◆비산먼지 엉망

블루밸리 조성 공사 현장을 오가는 차들이 뿜어내거나 주택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비산먼지도 주민들의 골칫거리다. 비산먼지란 특정 배출구가 없는 공사장 등에서 바람 등으로 날려 대기 중으로 퍼지는 먼지를 말한다.

트럭이 오갈 때 바퀴를 세척(세륜)하지 않거나 공사장에서 흙을 퍼 나를 때 물을 뿌리지 않아 작업 구간 곳곳이 뿌연 먼지로 뒤덮이기 일쑤다. 또 주택 철거 과정에서 물을 뿌리지 않아 비산먼지가 뿌옇게 일고 있는 현장도 부지기수다. 명백히 대기환경보존법 위반이지만 포항시의 단속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세륜장이 일부 구간에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안 된 곳도 많아, 차량 바퀴에서 떨어져 나온 흙뭉치로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발파작업은 위험천만

앞으로 진행될 발파작업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지난 10일 경주 외동 한 공사현장에서 발파작업으로 주먹만 한 돌 여러 개가 200m 이상 떨어진 다른 공사현장 사무실 벽과 차량(6대 파손)으로 날아드는 위험천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경주 공사현장을 일일이 점검하며 발파와 관련한 파편 방지 안전망 등 시설 규정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포항은 유사 사건이 없어 경찰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앞으로 블루밸리 발파현장은 참관해야 할 경찰도, 주변을 둘러야 할 안전망도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이와 관련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마구잡이 발파작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태풍 오면 어쩌나?

올여름에는 평년보다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6~8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11~14개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2, 3개가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엘니뇨와 적도서풍의 영향으로 활동 기간이 길고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상청은 공사현장 등 각종 위험지역에 대한 안전대책을 재점검해줄 것을 당부했다.

강한 태풍이 포항을 강타하면 블루밸리 공사현장은 물론 인근 양식장까지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블루밸리 조성 공사현장은 수십~수백m에 달하는 산 높이에 버금가는 흙더미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평탄작업과 성토작업 등으로 만들어진 흙더미인데, 다짐작업 없이 쌓인 곳이 많아 큰 비가 오면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

또 큰비가 내렸을 때를 대비해 물과 흘러내린 흙을 가둬둘 웅덩이도 협소해 흙이 충분히 물속에 가라앉지 않은 상태로 바다로 그대로 흘러들 위험도 높다. 주변과 1㎞ 거리 내에 포진돼 있는 전복양식장의 피해가 크게 우려되지만 블루밸리 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댐 형태의 대형 물막이 공사를 하든지, 아니면 웅덩이를 층별로 만들어 물의 유입을 늦추고 흙의 퇴적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지만 막대한 공사비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양식어민들도 LH 측에 항의해 봤지만 공사비 부담 때문인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 외에는 대책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한 양식어민은 "태풍이 오지 않아 피해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민들의 양식장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며 "자연재해를 감안한 '안전공사'가 아니라 요행에 맡기는 '대충공사'를 하는 LH가 과연 공기업일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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