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랑스'(tolerance)란 프랑스말로 관용과 아량, 포용력을 뜻한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과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관용을 뜻한다. 나의 이념과 신념이 귀중한 만큼 남의 것도 똑같이 귀중하고, 자신이 존중받기 바란다면 남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토론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나만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된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약자 관용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고도의 공존기준인 것이다.
수년 전 독일의 암 센터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암환자의 통증치료에 침을 사용하고, 약초를 이용하는 등 동양의학을 환자 치료에 접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가주석 시진핑이 통합의학의 중요성을 역설할 정도로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면서까지 중의학을 서양의학과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해묵은 난제 중 하나가 이원화된 의료시스템 즉 양·한방의 독립된 의료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현대의학과 한방을 별도의 의료체계로 배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와 한의사라는 별도의 면허를 주면서 의사는 한방을, 한의사는 현대의료를 시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이원화된 의료체계는 건강 증진과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자원과 비용의 낭비가 따를 수밖에 없고, 국제 경쟁력이나 의료의 산업적 측면에서 세계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의료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에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의료일원화 논의는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의료일원화 방안으로 흥미로운 제의가 있었다. 현재 이원화된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교과과정을 통합하여 새로 배출되는 의사, 한의사부터 통합해 단계적인 일원화를 진행하자는 주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상호 교육을 좀 더 강화해 교육받으면 의과대학 졸업생은 길어도 1.5년, 한의대 졸업생은 2.5년이면 충분히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더 줄여서라도 면허시험을 교차 개방해 젊은 의사들부터 의료일원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물론 의사나 한의사 모두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국민에게 큰 이익인가?"라고 반문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대승적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한 결단이 있어야만 숙원사업으로 생각했던 의료일원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원적인 의료체계가 60년 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문제를 낳았다. 이제 혼란을 끝낼 때가 됐다. 이제부터라도 현대의학과 한의학 통합 면허를 가진 전문가가 판단하고 시술하는, 보다 나은 일원화된 의료체계를 준비해 우리 국민이 보다 나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석봉/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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