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구조 상당 부분 해소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그룹 승계절차를 밟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체제 강화를 위해서다. 7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 자로 합병한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衣食住休·바이오 선도…초대형 서비스 기업으로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삼성그룹 창업정신 승계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쓰기로 결정했다.
1938년 '삼성상회'로 설립된 삼성물산의 역사성을 고려한 것이다. 삼성물산, 제일제당과 함께 삼성의 3대 모태기업인 제일모직은 60여 년 역사를 뒤로하고 간판을 내리게 됐다.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 부문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태어나는 합병회사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 오는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63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부동산'테마파크 사업부터 건설'식음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으며, 2013년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 말 상장했다.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 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 건설과 상사 부문으로 나뉘어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두 회사가 따로 운영하던 건설 부문을 통합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졌으며, 패션'식음료 사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부문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바이오산업이 IT와의 융합을 통해 큰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
앞으로의 재편 작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합병하고, 삼성SDS'제일모직을 상장하는 한편 화학'방산 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 바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 3.4%, 삼성물산 1.4%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2.9%로 변동된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은 모두 합쳐 30.4%에 이른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의 최대주주로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훨씬 높일 전망이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뿐이지만 합병 후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분 4.06% 보유)을 통해 삼성전자를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그룹의 상징적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게서 물려받았는데,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 4.68%와 2.18%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들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20.76%, 삼성전자 3.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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