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 2호선 그라피티도 외국인 짓…한국 떴다

입력 2015-05-27 05:28:22

독일·그리스인 범행 확인, 인터폴에 수사 요청

대구도시철도 2호선 전동차에 그려진 페인트 낙서(그라피티)는 외국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해당 외국인들이 범행 직후 김해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출국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 10일 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임시차고지에서 운행 대기 중인 전동차에 영어로 'BLIND'라는 페인트 낙서를 한 범인은 독일인 A(29) 씨와 그리스인 B(24) 씨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달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각자 입국했고, 9일 저녁 렌터카를 이용해 대구로 내려와 다음날 오전 2시쯤 사월역 환풍구를 뜯고 침입해 전동차에 페인트 낙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앞서 8일 인천지하철 전동차에 그려진 낙서도 이들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사월역 전동차 낙서와 글씨 모양, 색채가 똑같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이 서울 홍익대 앞 모 화방에서 래커를 구입하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 또 범행 당일 사월역 부근을 지나간 승용차 4천여 대를 조사해 인천국제공항의 한 렌터카 회사 소속 승용차를 찾아냈고, 승용차 탑승자와 래커 구매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전 렌터카를 이용해 영남대역과 사월역을 몇 차례 오가며 현장을 사전 답사한 장면도 있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입국은 2013년 10월이었는데 당시 그라피티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입국은 올 3월이었고,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이번이 첫 입국으로 밝혀졌다.

피의자가 밝혀진 가운데 이들이 그라피티 대상을 대구도시철도 전동차로 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1995년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과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으로 도시철도 사고에 극도로 민감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찰은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안재경 수성경찰서 형사과장은 "서울에서 23차례에 걸쳐 그라피티가 발생했지만 검거는 한 명에 그쳤다"며 "사건 발생 열흘 만에 범인의 신상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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