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이란 캔버스에

입력 2015-05-23 05:00:00

5월의 맑은 하늘과 함께 성당 마당에는 흐드러지게 핀 붉은 장미가 성모상을 에워싸고 있고, 아까시나무 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들고 있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만나는 들판과 산의 신록과 꽃들의 멋들어진 모습에 그저 아름답다는 말만이 어울리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계절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가족의 고마움과 사랑을 생각하는 가정의 달이라고 불립니다. 꽃의 계절 5월을 가정의 달로 보내는 것은, 예쁘게 피어나는 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가족들 간에 사랑의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는지요? 아마도 사람 사이에 특히 가족들 간의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고운 향기를 내는 꽃일 것입니다.

청춘 남녀가 만나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신들을 닮은 예쁜 아기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가정에 그저 아름답고 감미로운 것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캔버스에는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가족들의 삶은 장미색 희망과 재색 우울이, 초록색 생명과 까만색 죽음이, 붉은색 열정과 갈색 고독이, 하얀색 기쁨과 보라색 고통이, 황금색 영광과 파란색 불행 등 수많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삶이라는 캔버스에 수많은 색을 그저 아무렇게나 칠해 버린다면 까만색 죽음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멋진 구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캔버스에 칠하면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듯이, 가족들의 삶에 드러나는 각종 색들을 멋진 구도에 따라 가꾸어 간다면 분명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멋진 그림이나 사진에는 균형 잡힌 구도가 있어야 하듯이, 가족들의 멋진 인생을 위한 삶이라는 캔버스의 구도는 바로 사랑입니다. 수많은 사랑 중에 가족들 간에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 가장 기본적인 사랑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사랑이 아닐는지요. 특히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려움에도 실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가족들의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가족사랑은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에서 인간은 사랑 때문에 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가족들을 올바르게 사랑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실은 사랑이 아니라 고통과 파멸의 원인입니다. 수많은 가정에서 자신의 기준에 따라 가족들을 향하는 비뚤어진 사랑이 너무나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가족사랑은 경제적 능력으로, 어머니의 가족사랑은 정보력과 교육열로, 자녀들의 부모 사랑은 성적과 취업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베푼 사랑을 먹고 자라납니다. 자식의 부모 존경과 사랑은 부모 행복의 씨앗입니다. 그러나 비뚤어진 부모 사랑을 먹은 아이들이 어떻게 올바로 자랄 수 있겠습니까? 가족 간의 비뚤어진 사랑은 가족 모두의 인생이라는 캔버스를 찢어버리는 칼과 같습니다.

가정은 사랑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학교입니다. 가족들 간의 사랑은 인생이라는 그림의 가장 기본적인 구도입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간의 참된 사랑은 가족 모두의 인생 여정의 나침반이며, 인생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구도입니다. 5월의 자연의 모습이 아름다운 까닭은 수많은 나무와 돌 그리고 꽃과 풀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입니다. 이 싱그러운 계절에 가족에 대한 참사랑을 생각하며 인생 그림의 구도를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가정이라는 정원에 가족 사랑이라는 참으로 싱그럽고 예쁜 꽃들이 피어나기를….

김명현 대구 비산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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