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죽집이 됐건 시장 노점의 죽집이 됐건 우리가 보통 '죽집'에 가서 볼 수 있는 메뉴라면 가장 비싼 건 전복죽이고 가장 싼 건 야채죽일 것이다. 죽 한 그릇이 나오면 반찬은 대부분 잘게 썬 김치, 잘게 찢은 장조림, 장아찌 정도다. 죽집의 메뉴나 반찬 구성이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이유는 '죽은 가볍게 한 끼 때우는 음식'이라 생각하거나 '아플 때 먹는 음식이 죽'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꽃자리 명장죽'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죽집과는 차원이 다른 집이었다. 일단 평범한 죽집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메뉴는 고사하고 메뉴판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식당 내부의 인테리어는 나름 고급스럽다는 프랜차이즈 죽집의 그것보다 훨씬 더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다.
◆진정 건강을 생각하는 죽집=자연과 사람들㈜의 정재학 대표 부부는 '꽃자리 명장죽'의 오랜 단골이다. 이들 부부가 이곳의 단골이 된 이유는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정 씨 부부의 딸 때문이다.
"제 딸은 5년째 '거대세포종'이라는 종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에요. 투병 생활하면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날이 많았는데, 이곳의 음식은 '맛있다'면서 그런대로 잘 먹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데리고 이곳을 자주 오는 편입니다."
죽을 파는 곳이라고 해서 죽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죽이 나오기 전 다른 음식들이 계속 나왔다. 전복회부터 노루궁뎅이'능이'팽이 버섯, 파프리카 볶음, 문어 숙회 등등 죽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한정식을 파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죽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음식들이 계속 나왔다.
"이 집은 죽을 시키면 한정식이 나온다 할 정도로 다양한 음식으로 입을 즐겁게 합니다. 입만 즐거운 게 아니에요. 작은 밑반찬 하나라도 색깔과 모양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이 집에 올 때마다 '음식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복회는 전복 껍데기 위에 전복 살이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온 것은 물론이거니와 녹색 이파리와 보라색 꽃 장식으로 포인트를 줬다. 문어숙회의 경우는 얇게 썬 데친 문어에 참기름이 살짝 뿌려져 고소함을 더한 데다 곁들여 나온 삼색 해초가 눈을 자극하면서 입맛을 더 돋우었다.
◆메뉴판이 없는 이유=꽃자리 명장죽에는 메뉴판이 없다. 그 이유는 메뉴가 계절과 절기에 맞춰 바뀌기 때문이다. 제철 요리재료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꽃자리 명장죽은 예약이 필수다. 이는 꽃자리 명장죽 박연주 사장의 음식에 대한 고집이기도 하다.
"입춘부터 동지까지의 24절기에 맞춰 그때 나는 제철 재료로 요리를 만듭니다. 절기에 따라 찾아오시면 매번 바뀌어 있는 음식을 드실 수 있답니다. 지금이 5월 하순이잖아요. 그렇다면 짙은 연두색의 봄나물 종류가 가장 맛있을 때네요."
죽 이전에 나오는 음식뿐만 아니라 죽도 계절과 절기에 따라 바뀐다. 그렇다고 그날 나오는 죽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먹고 싶은 죽이 있다면 예약으로 미리 주문하면 된다. 박연주 사장은 "한상차림에 나오는 음식들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총 50가지 정도 되는데 이 재료로도 모두 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장식이나 음식을 담는 모양도 신경을 아주 많이 쓴다. "음식은 입으로도 먹지만 눈으로도 먹기에 오방색과 계절에 맞는 색깔을 맞춰서 음식을 낸다"고 말했다.
박연주 사장은 스스로를 '치유음식 전문가'라고 말한다. 박 사장 자신도 암 환자였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36년간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해 오면서 암을 한 번 겪고 난 뒤부터는 '몸을 살리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고 이 열망이 꽃자리 명장죽이라는 지금의 식당을 여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박 사장은 "앞으로 마지막까지 몸을 살리는 음식을 알리는 음식 전도사'음식 가이드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각종 죽 단품=2만원
▶죽을 포함한 계절 특선 한정식=2만5천원~5만원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10시. 예약 필수
▷규모=40여 석,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 이용
▷문의=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443길 45(삼덕동 230-3번지), 053)424-5333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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