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BMW 하면 떠오르는 모양'색깔
한국 기업들엔 대표적인 이미지 없어
디자인은 창조'혁신 꽃피우는 원동력
R&D와 융합하면 한국 경쟁력 높아져
세계 각국이 디자인을 둘러싸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의 회장 레리 페이지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꼭 정복해야 할 항목으로 디자인을 손꼽았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역시 "월드 프리미엄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브랜드 등의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 단순한 외관 개선으로 여겨졌던 디자인은 오늘날 창의성과 기술력이 결집된 변화의 돌파구, 이른바 혁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 등 외국 혁신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상품기획 단계에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통해 고객의 잠재적 니즈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우선주의'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한 '2013 산업디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자인산업은 2006년 6조8천억원에서 2012년 12조9천억원으로 6년간 1.89배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디자인이 다른 업종에 기여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69조7천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5.5%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2년 금융업 부가가치 규모(72조원)와도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디자인과 R&D가 융합하면 3.4%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산자부는 디자인과 기술 간의 융합을 통한 창의적 신상품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R&D사업에 디자인을 접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의 로봇, 의료기기, 나노 등 기술기획에 디자인을 융합하여 '디자인 융합형 기술개발 과제'를 공고했다.
지난 5~10년 사이 한국은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세계적인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애플, BMW, 몽블랑, 닌텐도 등 기업 이름과 제품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양'색깔 등의 특징이 한국에는 부족하다.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산자부가 발표한 '세계 주요 23개국의 국가디자인 경쟁력' 순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4위에 머물렀다. 미국이 1위, 프랑스가 2위, 일본이 3위였으며 중국이 15위로 우리나라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결실을 거두고, 디자인과 기술 간의 융합이 활발해지려면 역량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 개발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홍보하며 CEO 디자인 마인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디자인 투자에 대한 효용성을 프로모션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디자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세제혜택 등 과감한 디자인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
기술과 품질 면에서 세계적 수준인 한국 기업들이 디자인 R&D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법적 보호망이 조성된다면 한국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자인에 투입되는 자금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여기는 기업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산자부는 산업현장의 엔지니어링 디자인 역량 배양을 위해 '엔지니어링 대학원' '융합전문대학원' 등을 설립하고 연구개발 수행기관 대상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 문화와 산업, 사회 전반에 창조와 혁신을 꽃피우는 기본 원동력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디자인과 R&D를 융합하려는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다면 우리나라의 R&D 경쟁력은 다시 한 번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상태(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창의산업평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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