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벤젠 섞은 기름 유통업자 구속
4년 동안 전국 식당 등 1천200여t 공급
대구 수성경찰서가 16일 발암물질 벤젠이 포함된 식용유를 중국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와 다른 식용기름과 섞어 유통시킨 혐의로 경기도 안산의 식품업체 대표 등 3명을 구속했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 등이 A급 발암물질로 정한 대표적인 독성물질이다. 경찰은 2011년부터 4년 동안 이런 식용유 1천200t이 유통됐다고 밝혔다.
범행은 간단했다. 먼저 중국 현지에 기름공장을 차려 목화씨를 사들였다. 그리고 벤젠을 이용해 기름을 짰다. 벤젠을 쓰면 목화씨에서 기름을 거의 100% 가까이 추출할 수 있어서다. 벤젠값도 싸다. 목화씨 역시 현지구입이라 헐값이었다. 벤젠이 섞인 기름에 다른 식용기름을 섞으면 색깔과 향도 좋다고 한다. 따라서 값싼 기름을 선호하는 식당이나 수요처에 쉽게 팔 수 있어 판로 확보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범행은 국민건강을 파괴하는 악질이다. 이들은 벤젠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4년 동안이나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섞인 불량 식품으로 대국민 사기행각을 버젓이 벌였다. 또 주로 대형 식자재 업체나 중간 도매상, 식당에 1천200t이나 공급했다 하니 많은 식당에서 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식품 당국이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두고 충격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벤젠은 국제적으로도 A급 암 유발 독성물질이었지만 통관 때는 이들 수입 기름에 대해 벤젠 성분검사를 하지 않아서다. 현 기준에는 벤젠이 항목검사에서 빠져 있다. 벤젠은 널리 위험물질로 알려져 식품에 사용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범인은 그러한 허점을 정확히 알았고, 이에 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다.
또한 범인이 판 식용기름 17종류의 성분 분석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했더니 무려 12종류에서 벤젠이 나왔고, 그 양은 세계보건기구의 벤젠 음용 허용 기준치의 8배였다.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에 국민 모두에게 무방비로 고스란히 노출됐던 셈이다. 당국은 뒤늦게 전 수입 식품에 대해 벤젠검사를 하고 목화씨 등 면실유에서 추출된 식용기름의 수입도 전면금지했다.
수입 식품을 쓰는 식당과 국민은 수많은 수입품의 유해 여부를 알 수 없다. 시판되면 당연히 정당한 통관 절차를 거쳐 안전한 것으로 믿고 사용한다. 하지만, 수입 식품에서 벤젠과 같은 독극물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 용납할 수 없다. 철저한 검역과 검역기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따라야 한다.
국민의 먹을거리와 관련한 범죄는 사회를 혼란시킬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잠재적인 살인 행위와 같다. 더구나 식용기름과 같이 모든 식당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품목일수록 더욱 그렇다. 철저하고 가혹하게 단죄해 다시는 유사한 범죄가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악질범행에 따른 수익금 몰수는 말할 것도 없고, 징벌적 추징금을 징수하고 형량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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