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감자… '나쁜 기업'때문에 우는 개미들

입력 2015-05-15 05:00:00

가짜 백수오 논란 '내츄럴엔도텍' 13거래일 하한가 1조6천억 증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횡령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횡령'부실 등으로 상장폐지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남몰래) 눈물짓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개미 탓이 아니다. 일부 상장기업들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줄줄이 상장폐지되거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참다못한 일부 개미들은 스스로 뭉쳐 피켓 시위와 함께 언론에 알리는 등 읍소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최근 배임'횡령 및 사기 등으로 기업 가치가 폭락하면서 소액주주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코스닥시장의 신뢰성에 타격을 준 내츄럴엔도텍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7일만 해도 연일 바이오주들이 상승을 거듭하면서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도 9만1천200원에 달하는 등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속도로 하락, 13일(종가 기준) 1만1천50원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보도 이후 13거래일 내리 하한가를 맞은 내츄럴엔도텍은 시가총액 1조6천여억원이 증발했다. 소액주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개인투자자 9천여 명의 피해 규모는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의 현재 재무상태는 양호하지만 향후 피해보상 및 소송, 영업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감자안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팬오션 회생을 위해 최초 회생계획안에 따라 주가 대비 6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고, 채권금액의 67%를 주당 1만원으로 출자전환받았지만 다시 감자를 하게 되면 추가적인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감자를 진행하면 주주들은 감자 비율만큼 주식을 잃고, 주가 하락 가능성도 높다.

동국제강은 계열사 페럼인프라에서 2010년부터 3년 연속 소액주주 배려라는 명분으로 배당금 5억원을 받을 권리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 돈은 장세주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 간 것으로 드러났다. CNK인터내셔널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거리 피켓 시위에 나섰지만, 현재 상장폐지가 확정되고 정리매매 중이다. 상장폐지 확정 전 1천600원대를 기록하던 주가는 13일(종가 기준) 242원으로 장을 마쳤다.

모회사의 횡령'부실 등으로 상장폐지된 잘만테크 역시 주가가 한때 1만원대를 기록했지만 정리매매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3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30일 신주 500만 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부터 4차례에 걸쳐 6천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총주식 수 발행 한계인 2천만 주를 넘겼지만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를 6천만 주로 늘리고, 한 달 만에 유상증자를 재개했다. 주식 수가 급증하면서 주식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달 소액주주 등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회 내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이는 주총에서 한국전력(종목홈) 부지 인수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이후 마련된 조치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인수합병(M&A), 주요 자산 취득 등 중요 경영 사항이 발생하거나 위원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의 권익을 반영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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