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생존하려면 스스로 구조조정해야

입력 2015-05-14 05:00:00

대학가에 비인기 학과 신입생 모집 중단,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바람이 드세다. 대구대는 2016학년도부터 물리학과, 독어독문학과, 골프산업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다. 계명대는 올해 입시에서 동양화과, 오르간과, 경찰 법학과 등 8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폐과뿐 아니다. 일부 살아남은 학과들도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대구대만 하더라도 현재 90여 개 학과를 2023년까지 70여 개로 줄일 방침이다. 영남대는 내년부터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유럽언어문화학부로 통합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올해 63만 명인 고교 졸업생 수는 2023년이면 39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보다 앞서 2020년이면 대학입학정원이 고교생 수보다 10만 명이 더 많게 된다. 이대로 버티다간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과 학과가 속출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미 2013년 입시에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4년제 대학이 231곳 가운데 63곳에 이르렀다.

모든 대학들이 과거처럼 백화점식 학과 나열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통폐합은 주로 인문학과나 순수 자연계 학과, 일부 예체능 계열 등 비인기 학과에 몰리고 있다. 일부에선 기초학문의 몰락을 걱정하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들이 유사학과를 너나없이 만들고 유지해 온 것이 비정상이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수요가 적어진 학과들에 대해 대학별 구조조정을 통해 특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인기 학과를 살리는 길이다.

과거에는 대학들이 외형 키우기 경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작으면서 강한 대학을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공계열에만 집중 투자해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된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나 캘리포니아 공대(칼텍)가 좋은 사례다. 우리 대학들도 대학 상황에 맞춰 특성화와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교육부는 앞으로 8년간 대학 정원을 16만 명 줄이는 강제 구조조정에 나선다. 하지만 교육부의 강제 구조조정에 끌려가기 전에 대학 스스로 '학생 급감'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 대학이 스스로 개혁을 선도해 바뀌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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