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 볼까요-왕초보 낚시] 'Match the bait', 저수지의 생태계를 관찰하라

입력 2015-05-14 05:00:00

일교차도 크고 하루하루의 기온 차도 큰 요즘, 최근에는 낮 기온이 28℃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저수지에는 마름이 자라났다. 포인트별로 다르겠지만 많은 배스가 휴식기를 끝내고 굶주린 배를 채우고자 본격적인 섭식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회에 언급했듯이 더운 날씨와 모내기 배수로 인해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먼저 산란을 한 개체들이 슬슬 움직이면서 또 한 번 빅 배스를 낚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좋은 기회가 왔다고 해서 누구나 빅 배스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이 시기, 나의 배스 조력이 2~5년 차쯤일 때 이틀이 멀다 하고 시간을 내 가까운 곳으로 출조 다녔다. 당시 부끄럽게도 배스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잔 씨알만 낚거나 빈손으로 철수하기 일쑤였다. 대구시 북구의 연경지와 서리지, 서변동의 동화천과 금호강 꽃밭 포인트에 주로 다녔는데 수중 지형과 연안에 형성된 포인트 정보에 나름 자신 있었음에도 원하는 씨알의 배스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었다. 산란 전 시즌과 달리 '배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낚을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고 일로 바빠서 낚시를 쉬던 중 이 시즌 왜 배스를 낚기 어려웠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이자 엄청난 실력을 갖춘 조사 한 분이 있는데, 내가 배스 낚시에 입문할 때부터 동영상과 블로그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입문 시절처럼 이 문제의 해답도 역시 그 블로그에 있었다. 바로 'Match the bait'(미끼를 맞추다). 낚시를 하는 곳에서 배스가 주로 먹고사는 사냥감과 루어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A저수지에 사는 배스는 주식이 무엇일까? A저수지에 사는 작은 물고기나 기타 생명체일 것이다. 그렇다면 루어 1차 선택 기준은 저수지에 자생하는 베이트 피시와 유사성이다. 많은 초보 낚시인들이 다양한 채비를 경험하면서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패턴을 찾기 위한 채비, 그리고 주력 채비 몇 가지. 입질이 없으면 기껏해야 웜의 색상을 교체하거나 가방 속을 뒤져 마음에 드는 채비로 교체한다. 나는 늦봄부터 가을이 지나갈 때까지 베이트 장비 3대에 러버지그와 펜슬베이트, 5인치 섀드 웜만 고집스럽게 사용했다. 당시에 가장 멋있어 보였고 좋아했으며, 가장 자신 있는 채비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조력이 쌓이면 오히려 채비 운용이 한정적으로 퇴보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는 온종일 입질을 받지 못하다가 오후 피딩타임 때 간신히 꽝을 면하는 정도.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왜 이렇게 잘못된 실수가 발생하는 걸까?

대구경북의 포인트에는 커버가 발달해 있다. 그 커버에는 배스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정설이다. 많은 초보 낚시인들이 이 시기에 커버 속을 뒤지고 배스를 자극하고 바이트를 유도한다. 입질이 뜸한 경우 러버지그나 호그 웜 등을 이용해 시각적인 자극을 주거나 진동이나 소리가 강한 루어를 이용해 배스의 신경을 긁는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배스 낚시의 정석 중 하나이다. 하지만 배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배스의 휴식처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있다. 배스에게 편한 공간이라면 다른 물고기들에게도 편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냥 후 휴식을 위해 커버를 찾은 배스가 주변의 먹잇감을 두고 루어에 반응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루어가 신경에 거슬려 삼키거나 배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리액션 바이트'가 이루어진 것이다. 배스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루어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루어를 회수할 때 배스가 따라오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나 바이트를 할까 루어의 움직임을 멈추면, 따라오던 배스가 잠깐 루어를 바라보다 미련없이 떠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루어의 움직임이 멈추면 배스가 루어의 이질감을 발견할 수 있다. 개체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루어가 가짜임을 알아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다. 그래서 한낮에 커버를 공략해서 똑똑한 빅 배스를 낚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매치 더 베이트'(Match the bait)가 중요하다. 배스가 사는 환경에서 가장 선호하는 먹잇감과 루어를 일치하는 것이 바로 '매치 더 베이트'이다. 많은 초보 낚시인이 간과하는 정보가 바로 저수지에 자생하는 생물이다. 배스는 분명 먹잇감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한 어종이다. 블루길보다는 새우를, 새우보다는 살치나 피라미를, 그보다는 움직임이 느린 붕어를 선호한다. 특히 5, 6월은 올챙이 부화가 집중돼 가장 선호도가 높고 풍부한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는 저수지를 꾸준히 관찰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이다. 연안에 어떤 물고기 치어가 있는지, 민물 낚시인들이 낚은 어종은 무엇인지, 개구리나 황소개구리가 있는지 출조 때마다 체크해야 한다. 물론 배스가 루어를 자세하게 관찰한다면 가짜임을 금세 알아차린다. 그렇기 때문에 루어 운용 시 스테이 액션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계속적인 움직임을 통해 배스가 루어임을 알아차릴 틈도 없이 한 번에 덥석 물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커버 속의 배부른 배스에게 루어를 오랜 시간, 지속적인 움직임을 주며 노출하기는 쉽지 않다. 커버는 결국 배스의 시야를 방해하는 장애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한 눈치 백 단 빅 배스가 시야가 줄어든 상태에서 베이트 피시를 닮은 루어를 보고 따라와 바이트를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빅 배스를 낚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바로 포인트 선정이다. 매치 더 베이트만큼 중요한 게 포인트다. 베이트 피시를 닮아 경계심이 덜한 루어를, 가짜임을 들키지 않게 계속 움직여 줄 수 있으며, 배고픈 배스가 있는 그 포인트를 공략해야 조금이라도 더 큰 배스를 만날 수 있다. 빅 배스를 낚을 수 있는 포인트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서 상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이성호 한국낚시채널 FTV PD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