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프랑스 등의 서양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걸고넘어진다. 지난 88올림픽 때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동물애호단체가 그랬고, 2002 월드컵 때는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보신탕 식습관을 비난하며 우리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동서양의 개에 대한 인식과 관념이 다른 데서 파생한 일들이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개를 가족 이상의 친밀한 동물로 여겼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양권 일부 국가에서는 개가 사람과 가까운 동물이기는 했지만, 대부분 가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이 쇠고기를 터부시하고,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라면 질색을 하는 것도 환경과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말고기를 먹는 것에는 영국인조차 혐오감을 느끼고, 식감을 높이려고 거위의 간을 부풀리는 약을 먹여 죽이는 행위에는 우리도 거부감을 가진다. 유럽의 어떤 나라 사람들은 여름철 바캉스를 떠날 때는 기르던 개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간다고 한다. 개든 소든 말이든 동물에 대한 문화는 나라와 민족마다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조건과 공동체적 역사의 반영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동물과 관련한 식생활에서는 민초의 가난과 눈물의 역사가 진하게 배어 있기도 하다. 불교 신도들이 개고기를 금기시하는 데 반해 천주교 신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도 종교적인 철학과 전래의 역사가 다른 데서 나온 귀결이다. 이제는 우리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개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각박한 도시문화에다 독신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구에서도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데 지출하는 씀씀이가 커지면서 펫(Pet'반려동물) 산업도 빠른 성장세다. 지난 휴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펫쇼'에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몰린 것 또한 그 방증이다. 동물에 대한 인식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다만 서양인들의 특정 동물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다른 민족을 자신의 반려동물보다 못하게 치부하는 도착된 가치관은 마뜩잖다. 잘사는 나라와 부잣집 개가 가난한 나라와 못사는 집 사람보다 더 호의호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문명국 사람들의 인도주의적 사상은 아닐 것이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도 숱하지만, 그래도 '사람보다 개'를 앞세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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