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대 후반의 남성이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가 통증클리닉으로 왔다. 첫인상이 매우 수척했고, 말이 느려 약간 어눌한 느낌마저 들었다. 청년은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해했다. 의무기록을 살펴보니 그는 늘 특정한 마약성 진통제를 찾고 있었다. 일종의 마약 중독 증상이었다. '중독'은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갈망하는 것으로, 강박적으로 약물을 구하기 위해 몰두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는 만성적으로 투여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내성과 신체적 의존, 정신적 의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단 의존성이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다. 노인이나 신장이 손상을 입은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가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모든 마약성 진통제 요법은 규칙적인 간격으로 재평가되어야 하고, 더 필요하지 않거나 부작용보다 이점이 더 많지 않을 때는 약물을 점점 줄이며 끊어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과유불급'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과함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과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으로 인한 중독은 많은 의사들이나 환자들이 적정량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조차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의사가 통증조절 지식이 부족하거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사용을 피하기도 한다. 환자들도 중독이나 부작용을 우려하고 진통제로 질병 치료가 어렵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 투여를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마약성 진통제는 암 통증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진통제로 효과가 없는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투여가 권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경미한 통증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을 사용했고, 심하면 모르핀이나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증이 심하면 처음부터 수술을 제외한 모든 치료법을 동시 적용한다. 통증 지수가 1~3일 경우에도 마약성 진통제 치료를 고려해야 하며, 통증 지수가 4~10일 경우에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적절한 마약성 진통제의 투여는 신경이 직접 손상을 입거나 신경 자체 변성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병증성 통증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국내 만성통증은 2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만성통증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암성 통증을 비롯한 심각한 만성통증의 조절을 위한 필수적인 진통제다. 위험보다 효과가 크면 마약성 진통제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 올바르게 알고 쓰면 명약이 될 수 있다.
이상곤 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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