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5-05-07 05:00:00

김동일(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딸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공부에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여 차선책으로 선택한 특성화고.

그동안 부모로서 마음고생도 많았다. 인문계열로 진학하고 싶은데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가로막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뒤늦게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항상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지쳐 있었다.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반면 오르지 않는 성적을 보면서 누구보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자연히 자신감도 떨어지고 매사에 소극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그런 아이에게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늘 책을 가까이하라고 하기에는 부모로서 더 큰 부담이었다. 고등학교 3년을 거쳐 대학 4년에, 취업까지….

특성화고에 진학한 지 두 달, 아이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컴퓨터, 전산회계 등 각종 자격증 준비에 능동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떠밀려서 하던 공부를 스스로 조금씩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벌써 관련 자격증을 3개나 취득했다. 중학교 내내 실패의 쓴잔만 들이키던 아이가 어느새 '하면 된다'는 긍정의 아이콘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와 대화의 시간이 늘어났다.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다가와서 학교생활이며 친구들,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학교 앞 맛있는 떡볶이 가게, 빙수가 맛있는 집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많이 하곤 하였다. 말을 듣기만 하던 소극적인 아이가 어느새 자기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천진난만한 여고생으로 바뀌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근심과 걱정이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아이를 보면서 입가에 웃음꽃을 지울 수가 없다. 천천히 걷지만 쉬지 않고, 힘들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아이의 미래를 조용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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