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가정 여성] 폭력남편, 이혼할까요?

입력 2015-05-07 05:00:00

■고민=30대 후반 2명의 미취학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입니다. 연애 시절부터 말이 없고 무뚝뚝한 남편에게 제가 일방적으로 맞추며 헌신한 끝에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아내인 저에게는 관심조차 없으며, 아이들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아버지 역시 시어머니를 무시할 뿐 아니라 폭력적이고, 이기적입니다.

시어머니 역시 자기중심적이며 자기보호에만 신경 쓰는, 무늬만 부부인 시부모의 삶이 너무 삭막합니다. 남편은 이런 부모님을 싫어하면서도 폭력적인 행동을 답습하며, 저에게는 시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비난합니다. 저 역시 네 딸 중 셋째 딸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남편 사랑을 받으며, 아기자기하게 살고 싶었는데 막상 결혼을 하니, 그 생각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한번은 너무 속이 상해서 "배운 게 이게 다예요"라며 대들었는데, 닥치는 대로 때리고 목을 조르기도 하며 자기 분이 풀릴 때까지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자식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잘못해서 맞은 거"라고 변명합니다. 술과는 무관하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에게 꼬투리를 잡아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그러고 나서는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역할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훈계합니다. 제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하면 "왜 굳이 이혼해야 하나? 우리는 말 안 하고 살고, 아이들만 보며 살면 되잖아!"라고 합니다. "이혼함이 마땅하겠죠? 하루하루의 삶이 의미가 없고, 우울한데 저의 이런 생각이 틀린 건가요?"

■해법=아내에게 무관심하며 폭언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남편과 살며, 결혼 전 꿈꾸었던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은 온데간데없고 삶에 지쳐 의미를 잃어가는 귀하에게 어떻게 위로하며 용기를 가지고 노력해보라는 말을 하기도 참 어렵네요. 특히 시부모의 부부생활을 지켜보며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이 부모와 유사하다는 통찰을 하며, 더욱 희망을 잃고 우울함에 빠진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귀하의 남편은 무늬만 부부인 부모 아래 부부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습니다. 애틋한 부부사랑을 갈망하는 귀하에게는 암담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친정에서 딸만 넷 둔 부모 아래 셋째 딸로 태어나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남편으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기대하며 결혼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지금까지 그나마 남편이 자식에게는 좋은 아버지로 보이고 싶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식을 사랑하는 귀하가 모성애에 힘입어 견뎌온 것으로 여겨집니다.

귀하의 진정한 바람은 부부간에 친밀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부부가 함께 자식에게 남부럽지 않은 양육과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남편은 폭력적인 가정의 장남으로서 때가 되어 결혼했고, 아들을 낳아 가문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의 책임인 양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아내를 무시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는군요.

자신의 누적된 분노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남편은 이 시대에 구제받기 어려운 '간 큰 남자'임에 분명합니다. 더구나 외로움과 분노를 참고 견디는데 한계를 느낀 아내가 이혼하자는 극단적인 말을 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별생각 없이 무덤덤하게 "왜 굳이 이혼을 해야 하나? 싫으면 그냥 우리는 말 안 하고 살고, 아이들 보며 살면 되지!"라며 무성의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는 자신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며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귀를 열고 있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혼도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은 첫째, 귀하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로 적어봅니다. 둘째, 이혼 전과 이혼 후 나에게 어떤 이익과 손해가 있는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써서 검토합니다. 셋째, 만약 이혼을 보류한다면 지금과 같은 결혼생활을 탈피하기 위한 상담 및 부부교육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귀하의 남편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폭력이 범죄라는 것부터 인식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원 가족을 탐색하고, 감정조절을 위한 훈련과 부부관계에 대한 교육, 진정한 자식사랑이 무엇인지 등을 깨닫도록 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습니다. 부부의 삶은 함께 노력해야 하므로,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의식하지 못하는 귀하의 남편을 전문가에게 안내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바라며 귀하가 바라는 행복한 가정을 잘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진정 원한다면 이혼은 언제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해법도출 과정=본 사례는 행복한 가정의 모델을 보지도 못하고, 관심도 갖지 않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편이 자신의 틀 속에서 가정을 지배하며, 그 배우자는 소외감과 애정결핍으로 우울함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전형적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부모의 폭력을 관찰해온 남편은 아내를 때리는 것에 대하여 매우 둔감하고 정서적인 부부 관계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을 위한 개입은 첫째, 아내에게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지금까지 유지해온 것이 자식을 위한 모성애와 자신이 갖고 있는 긍정적 마인드 덕분임을 지지하며 결혼생활에 대한 용기를 갖도록 합니다. 둘째, 남편의 폭언과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임을 가르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셋째, 이혼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냉철하게 검토해보십시오.

필자의 경험으로 아내들은 결국 이혼보다는 함께 살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폭력적인 남편도 이혼에 직면하리라 상상하지 않습니다. 사례자의 진정한 바람을 다시 한 번 깊이 탐색하기를 권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우고 지지합니다.

박경규 (사)영남가정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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