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이 '개혁'이란 말을 붙일 수 없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박근혜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둘 경우 우리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길 수밖에 없다며 개혁의 기치를 높이 올렸으나 결과는 여야의 정치적 흥정에 의한 개혁의 실종이다. 이는 이해관계 집단의 압력에 굴복할 때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총체적으로 망가지고 있는 그리스가 그런 길을 밟아왔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효율)을 현행 7%에서 앞으로 5년에 걸쳐 9%로 인상하고 1.9%인 지급률(재직 중 평균 급여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은 앞으로 20년 동안 1.7%로 낮추기로 최종 합의했다. 계획대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었지만 근본적 문제는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후세대에 공무원연금 적자를 떠넘기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로 절감된 재정절감 효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내년부터 2085년까지 1천987조원에서 1천654조원으로 333조원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다시 손보지 않으면 앞으로 70년 동안 1천600조원 이상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333조원도 70년에 걸쳐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재정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을 개혁했다는 것이냐는 국민의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대타협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며 공무원단체를 끌어들일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계획했던 대로 개혁이 될 리 만무하다는 소리가 나왔고 결과는 그러한 예상과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결국 여야의 합의는 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합의를 위한 합의'에 불과하다.
엄청난 적자를 그대로 안고 간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안도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새누리당은 물론 5년 전 개혁의 실종을 방치했던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개혁 아닌 개혁안에 합의한 것은 내년 총선 때 공무원의 표를 의식한 때문임을 국민은 안다. 개혁에 계속 미온적이었던 새정치연합은 그렇다 쳐도 책임지고 국정을 이끌어야 할 새누리당의 뇌동(雷同)은 국민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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