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전세가 '고공행진'…'메뚜기 부모' 전셋값 상승 원인
대구 중구 반월당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이모(39) 씨는 최근 몇 주간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사무실을 전전하며 발품을 팔았다. 결과는 허탕. 직장과 가까운 도심에는 전세가 씨가 말라 달서구 등으로 눈을 돌려 봤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는 "마련할 수 있는 돈을 갖고선 도심은 어림도 없다. 직장과는 멀지만 달성군 서재나 옥포 등지의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예비 신랑 김모(30) 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한숨이 나왔다. 신혼집(전세)을 구할 수 없어 정부의 임대주택에 노크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북구 노원이나 옥포 등의 미분양 임대물량이 있었는데…, 그때 신청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대구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집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는 씨가 말랐고 아파트값은 너무 올라 도심에서 외곽으로 터전이 밀려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1월 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전년보다 12.0% 상승,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은 3.1%, 인천을 뺀 광역시 평균도 5.1%에 그쳤다.
전세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부동산114에서 실시한 전국 전셋값 조사 자료를 보면 대구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1억9천688만원을 기록, 부산(1억7천256만원), 울산(1억6천154만원)보다 높았다.
게다가 대구는 '집값이 미쳤다'(떨어질 것이다)는 심리가 저변에 깔린 탓에 전세에 머무르는 매매 주변인들이 많다. 육아 문제로 처가 인근 아파트에 세든 김모(41) 씨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 달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금 3천만원을 올려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예 집을 사버릴까도 싶지만 괜히 상투를 잡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세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내 집이 있지만 남의 집에서 전세나 월세로 사는 이른바 '하우스 노마드족'도 '전세 노마드족'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이나 학군에 따라 이사를 옮겨 다니는 메뚜기 부모들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대구 자가 보유 전'월세 거주 가구의 주거실태'에 따르면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월세를 사는 가구는 2005년 2만8천여 가구에서 지난해 4만1천700가구로 대폭 늘어났다. 전세 세입자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미영 공인중개사는 "수성구 등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군을 챙기는 메뚜기 부모들이 늘면서 하우스 노마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하우스 노마드족들은 거주하는 집의 전셋값이 오르면 보유 주택의 전세값을 올려 전셋값 상승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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