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갈등·인권침해·범죄 악용 우려, 비용…설치비 20억·관리비 연 5억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올 9월부터 모든 어린이집에 의무적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교사와 부모 사이의 불신, 비용 부담, 실효성 등을 놓고 논란이 좀체 숙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비용 부담에 대한 명확한 세부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혹여나 CCTV 설치'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 어린이집 1천575곳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38%인 606곳뿐이고, 나머지 969곳에는 CCTV가 없다. 어린이집 한 곳(50명 시설 기준)당 실내에 카메라 6대를 설치하는 데 20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여 약 20억원의 예산이 당장 필요하다.
설치 후 유지'관리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CCTV 한 대당 전기요금과 전용회선 사용료 등으로 월 3만~10만원이 필요하고, 부품교체 등 보수비로 어린이집 한 곳당 연간 10만~20만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만 어린이집 CCTV 유지관리비로 매년 4억~5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설치비와 달리 운영 비용의 경우 어린이집이 부담할 수도 있어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교육 프로그램 등 다른 운영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그 피해가 아이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CCTV 설치 후 운영을 두고 어린이집 종사자와 학부모 사이에 불신이 쌓여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CCTV의 구체적인 열람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데다 보육현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어린이집 종사자와 아이들의 모든 것이 공개돼 인권이 침해되고, 어린이집 내부가 드러나 범죄에 악용될 염려도 남아 있다.
김모(35) 씨는 "PC나 스마트폰으로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지만 어린이집과 학부모가 서로 합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영상 공개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보육교사인 박모(25) 씨는 "CCTV를 통해 작은 부분까지 학부모가 지적하게 되면 오히려 갈등이 더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CCTV가 설치돼 있는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또 화면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기 때문에 CCTV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보육교사의 자질 향상과 근무환경 개선 등의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는 비용 부담과 사후관리 방안 등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는 대로 수요조사를 통해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어린이집 종사자, 학부모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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