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사설탐정

입력 2015-05-01 05:00:00

명탐정 '셜록 홈즈'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쓰였다. 19세기 영국 에딘버러대 의대 의사이자 강사였던 '조셉 벨'이 그 주인공이다. 벨은 진단을 내리기 전에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을 끌어들여서는 세밀하게 관찰한 후 그의 직업이 무엇이며, 최근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따위를 추론해 내곤 했다.

별다른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벨의 관찰 추론 기법은 과학 수사를 대신했다. 여러 차례 사건 현장에 나가 경찰 수사를 도우며 사설탐정 노릇을 했다. 벨의 이런 관찰 추론법에 영감을 얻은 것이 작가 코난 도일이었다. 도일은 벨을 모델로 탐정소설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썼다.

우리나라엔 사설탐정제도가 없다. 사설탐정이란 개인 또는 기업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은밀히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민간조사원이다. 하지만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사설탐정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사설탐정하면 불륜 증거 수집 등 사생활 침해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흥신소부터 떠올린다.

경찰이 사설탐정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업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민간조사제도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 란 제목의 30페이지짜리 자료를 30일부터 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자료는 민간조사법이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같은 날 경찰 출신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주도로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민간조사업(탐정) 도입 관련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선 현재 불법인 사설탐정을 합법화하기 위해 민간조사업의 업무 범위와 자격, 제도 등 구체적인 도입방안이 논의됐다.

사설탐정 도입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에 올려졌지만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윤 의원이 2012년 발의한 '경비업법 전부개정 법률안' 역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수년째 머물러 있다.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한 요즘 사설탐정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이 나올 리 없다. 사설탐정 합법화가 자칫 퇴직 경찰을 위한 새로운 밥그릇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선진국 그룹인 OECD 국가 중 사설탐정 자체가 불법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제 사설탐정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제를 전제로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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