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로 가는 '국채보상운동'

입력 2015-05-01 05:00:00

150여 주요 문건 등 기념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추진

국채보상운동 동참 취지서
국채보상운동 동참 취지서

구한말 일제에 저항하는 경제주권 회복운동으로 펼쳐진 국채보상운동(1907년)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당시 기록물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하는 사업이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인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이하 등재추진위 동위원장 문희갑'김영호'신동학)는 이달 8일 경북광유 대강당(중구 동인동)과 달구벌대종 앞 광장에서 추진위원과 각계 전문가,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보고회 및 시민참여 발대식을 개최한다.

등재추진위 측은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의 경제침탈에 맞서고자 일으킨 경제주권 회복운동으로, 그 기록물은 세계사적 문화유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우리 기록유산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활용하고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그 활용도를 높이고자 1992년부터 유네스코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우수한 기록유산을 발굴해 기록유산으로 등재, 뛰어난 기록문화를 보유한 문화국가의 위상을 높여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록물은 모두 11건으로 아시아 1위(세계 5위)다. 훈민정음 해례본'조선왕조실록(1997년), 직지심체요절'승정원일기(2001년), 해인사 고려대장경 및 제경판'조선왕조의궤(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5'18민주화운동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새마을운동 기록물(2013년)이다.

등재추진위에 따르면 이번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주요한 문건만 150여 건에 이른다. 국채보상운동의 동참을 요청하는 취지서(趣旨書), 권고문(勸告文), 통문(通文), 편지, 신문 논설'기사와 성금을 낸 사람과 액수를 적은 성책(誠冊) 등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에 대해 등재추진위 측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의 등재 대상 선정 기준인 진정성, 독창성, 역사적 가치를 이미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사적으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받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채보상운동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자료가 집대성돼 있고 전 세계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국가별로 2년마다 2건씩 추천할 수 있다. 문화재청의 공모'선정이 올해 7~11월 진행되며, 이후 내년 3월까지 유네스코에 제출한다. 최종 선정까지 통상 1년간의 심사가 진행된다.

엄창옥 등재추진위 단장(경북대 교수)은 "국채보상운동은 현대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과 공유할 가치가 있는 정신"이라며 "앞으로 국회 전문가 포럼, 전문가 세미나 등을 통해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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