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퇴출 논란 임성한 작가·옹달샘 멤버

입력 2015-05-01 05:00:00

막장 드라마·막말 개그 방송계 '폭탄' 제거될까

◆'막장 작가' 임성한, 반가운 은퇴설

#자극적인 설정 시청률만 올려

#국내 드라마 질적 하락 부추겨

#방송사들 "작업 안 한다" 발표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만큼 임성한 작가는 이미 다수의 드라마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전개, 들쑥날쑥한 캐릭터, 심지어 사심 가득한 캐스팅까지. 텍스트뿐만 아니라 컨텍스트적 요소까지 두루 '막장'으로 채우며 논란 속에서 돈벌이를 해왔던 터라 더 이상 꺼내 보여줄 것도 없는 상태다. 매번 '수준 미달'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국내 드라마의 질적 하락을 부추겼으니 은퇴 소식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임성한 작가의 은퇴설이 불거진 건 지난 4월 22일이다. MBC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안건으로 상정된 드라마 '압구정 백야'와 관련된 의견을 진술하던 중 "임성한 작가와 더 이상 작업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이날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는 윤리성, 폭력묘사, 품위유지 조항 위반으로 소위원회에 상정됐다. 5명의 위원 중 4명이 '프로그램 중지' 의견을 내놨을 정도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어떤 지지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근수 본부장은 "드라마 작가들은 현재작이 끝날 때 차기작 계약도 하는데 현재 임성한 작가와는 계약을 하지 않았다"며 "이미 2년 전 임성한 작가와 더는 작업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압구정 백야' 때문에 지키지 못해 염치가 없다. 이제는 다시 임 작가와 작업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타 방송사에서도 임성한 작가와의 작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이제는 정말로 발 붙일 데가 없어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어 다음 날 임성한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명성당엔터테인먼트 측이 "애초 10편의 작품을 내놓고 더 이상 드라마를 집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MBC 측에 은퇴 의사를 밝혔으며 '압구정 백야'가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임 작가의 은퇴계획을 알렸다.

어떻게 보면 임성한 작가의 은퇴는 '스스로 한 결심'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등을 거쳐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에서 '막장의 절정'을 보여준 상태다. 스토리는 갈수록 빈약해지고 자극적인 설정만 내세워 오직 시청률올리기에만 급급했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전개 때문에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이미 '끝'을 드러낸 작가에게 '완성도 높은 차기작'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시청률 표까지 분석하면서 대중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 가시적인 흥행성과를 올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작가'라는 직업군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까지 포기했기에 더 이상 그의 편을 들어줄 이는 없다. 각 방송사도 매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임 작가의 드라마를 편성한 후 여론의 매질 등 후폭풍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드라마뿐만 아니라 창작을 업으로 삼는 작가들이 치열한 고민 속에서 하나의 패턴을 꾸준히 발전시켜 호평을 끌어냈을 때, 평단에서는 이를 선례로 남기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혹독한 실험과정에 대한 격려 또는 해당 작가가 힘겹게 고수한 작가주의에 대한 헌사다. 하지만, 꾸준히 개발시켜 자리 잡은 패턴이 완성도와 작품 자체의 질적 향상에서 벗어나 오직 상업성을 향해 갔다면 말은 달라진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이런 작품을 원하는 층이 분명 존재한다'는 변명하에 오로지 '돈'을 위해 달려간 '괴물'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 번복이 없길 바랄 뿐이다.

◆한계점 다다른 장동민과 옹달샘

#삼풍백화점 생존자 비하 발언

#해당 생존자에 고소까지 당해

#기자회견 후에도 후폭풍 거세

장동민을 포함한 옹달샘 멤버들에게 4월은 가혹했다.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의 막말 개그로 뒤늦게 논란의 중심에 오른 뒤 결국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8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공식사과했다.

앞서 장동민은 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다 '무한도전'의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자질문제' 등이 거론됐고 이 과정에서 과거의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한도전'을 내려놓는 걸로 일단락 지으려 했지만 이후로도 해당 팟캐스트 방송에서 삼풍백화점 생존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해당 생존자로부터 고소까지 당해 다시 곤욕을 치르게 됐다.

장동민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방송에서 내뱉은 유세윤과 유상무의 발언까지 하나하나 문제가 되면서 옹달샘이란 팀으로 활동하던 세 명의 '절친'이 모두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성비하, 인격모독 등 개그 소재와 웃음을 주는 방식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심지어 '방송계 퇴출'에 대한 말까지 나왔다.

일단, 세 사람이 기자회견 자리에 나와 "웃음만 생각하다 수위가 높아진 것 같다. 철이 없고 부족한 나머지 잘못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이며 또 한 차례 진화에 나선 상태.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거냐는 물음에는 "이미 녹화된 분량이 많아 먼저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도 제작진 및 시청자들에게 죄송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히며 제작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바통을 넘겼다.

기자회견 이후 장동민과 유상무는 tvN '코미디 빅리그' 공개녹화 현장으로 넘어가 무대 위에 올랐다. 관객 앞에 큰절까지 하며 재차 사과했고 담담히 녹화를 마친 뒤 대기실로 들어가 펑펑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세 사람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각 프로그램 PD들이 그들의 손을 쉽게 놓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장동민과 유세윤의 경우 맡은 프로그램에서 비중이 커 제작진 역시 이들의 대체재를 찾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당사자들이다. '막말'과 거침없는 개그로 현 위치까지 올라간 이들이 잔뜩 주눅이 들었으니 향후 어떤 방식으로 재미를 줘야 할지 막막해졌을 것. 특히 장동민은 더욱 그렇다. 상대 게스트를 놀려대고 과거의 경험담을 자극적으로 포장해 웃음을 자아내던 개그 스타일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벼랑 끝에 놓인 느낌이 들 법도 하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옹달샘 전원에 대한 퇴출 요구가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어 좀 더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는 굳이 지난 일까지 끄집어내 마녀사냥을 해야 하느냐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개그맨이 악의없이 웃자고 던진 이야기에 '일자리까지 내놓고 사라져라'며 철퇴를 가하는 게 너무 과한 것 같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장동민과 옹달샘이 내몰리고 있는 것도 이들의 거침없는 '막말 개그'가 불러온 피로감 때문이다. 평소 이들의 개그에 반감을 품고 있던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 평생 대중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직업적 운명이니 그들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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