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구 기온이 31℃까지 치솟았다. 28일 울진은 31.7도, 강릉도 31도까지 낮 기온이 올랐으며, 남해 상의 이상 고기압 영향으로 이번 주는 이른 더위를 경험했다. 가뜩이나 산란 후 휴식기로 배스의 활성도가 낮은 데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수온이 급상승한 포인트에서는 배스가 표층에 멍하게 떠 있는 초여름 한낮 패턴을 보여 주고 있다. 날씨도 덥고, 배스도 안 낚이는 5월. 수온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특정 포인트 외에는 낚시가 조금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보자들에게 멀리, 바다로 나갈 것을 권한다.
주변에 바다낚시를 하는 지인이 있다면, 한번쯤 '회부심'을 들어봤을 것이다. 횟집에 앉아서 괜히 양식이라 맛이 없니, 바다에서 잡아서 그 자리에서 뜬 회 맛은 차원이 다르니 하는 바다낚시인의 즉석 회에 대한 자부심 말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실제로 바다 위에서 먹는 회 맛은 다르다. 누구나 한번쯤 맛보고 싶었던 바다 위 자연산 회 맛, 지금부터는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광어의 산란 철이 왔기 때문이다.
정식 명칭은 넙치지만 조선 시대부터 온 국민에게 광어로 불리는 이 어종은 겨울철 50~100m에 가까운 깊은 바다에서 머물다 배스의 산란 즈음 내만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바로 산란을 위해서인데, 배스와 마찬가지로 광어도 큰 개체부터 산란을 시작한다. 그래서 이 무렵이면 서해의 선단이 대형 광어를 노리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올해는 음력이 늦어서 그 시기가 조금 늦춰질까 싶었는데 이미 군산과 부안 등 서해 남부에서는 광어가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시기면 지인과 함께 태안을 찾는다. 선상 낚시 여건상 여름은 낚시가 힘들어 초보자에게 이 시기만큼 큰 광어를 낚게 해줄 기회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광어는 전 해역에 서식한다. 하지만 웜 채비를 이용하는 광어 다운 샷 낚시는 서해가 메카이다. 인천부터 태안, 서천, 군산, 부안에 이르기까지 광어 다운 샷은 몇 해째 배를 예약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또 하나, 당진~영덕 고속도로의 서쪽 구간이 완공되면서 대구~서울 편도 시간과 비슷한 3시간 30분이면 태안까지 갈 수 있다. 그나마 대구에서 무박 2일로 서해 광어 다운 샷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다 태안의 출조점은 채비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광어 다운 샷 낚시를 위해 초보자들이 따로 채비에 돈 들일 필요가 없다.
광어 출조를 위해서는 배를 예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의 유명 낚시 포털 사이트나 카페를 찾아보면 태안의 출조점이 많이 나와 있다. 각 출조점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실시간 예약 현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실시간 예약 역시 가능하다. 보통 12~20인승 선박이 다운 샷 출조의 주를 이루고 있는데, 배의 구조나 연식에 큰 차이가 없고, 대부분 선장이 수십 년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장비 대여가 가능한지, 자리가 있는지를 보고 예약하면 된다. 예약 후에는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혹시 장비를 챙겨갈 생각이면 몇 호 라인을 감아 가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때와 조류를 보고 라인과 봉돌의 호수를 선장들이 통일시키는데, 이는 낚시 중 주변 사람과 채비가 엉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봉돌과 웜 같은 경우 출조점에 도착해서 선장의 조언을 구해 사는 걸 추천한다. 색상과 모양이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지 선장의 경험은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출항은 주로 오전 5~6시에 한다. 포인트 경쟁이 치열해 일찍 서두르는 배가 조황이 더 좋은 편이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배를 진입시키면서 호각이나 전자음으로 1회 신호를 준다. 그러면 다 같이 채비를 내린다. 신호가 2번 울리면 채비를 철수시켜야 한다. 포인트를 이동하거나, 다시 재진입하려는 것이다. 이 신호가 중요한데, 일단 그 포인트에서 가장 큰 광어는 가장 먼저 내리는 채비에 반응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리는 박자가 엇갈리면 다른 사람들과 채비가 엉킨다. 보통 한두 번의 채비 엉킴은 그러려니 하는데 네댓 번이 넘어가면 눈총받기 마련이다. 혼자 채비가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채비까지 손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신호만 잘 지켜도 채비 엉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채비를 내리면 릴에서 라인이 풀려나가는데, 어느 순간 그 현상이 멈칫거린다. 그러면 채비가 바닥에 닿은 것이다. 이후에도 스풀을 닫지 않으면 계속 풀려나가는데, 이는 조류를 타고 배가 계속 이동하기 때문이다. 채비가 바닥에 닿았으면 스풀을 닫고 낚싯대를 위로 들었다, 아래로 내렸다 고패질을 하자. 너무 큰 폭으로 할 필요 없이 낚싯대 끝을 30~50㎝ 정도로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바닥에 닿았다, 안 닿았다 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드드득' 하고 진동이 느껴지는 것은 암반이고, 푹신한 느낌은 모래다. 낚싯대를 내렸는데 바닥이 안 느껴진다면 그곳은 깊은 곳이므로 스풀을 열어서 라인을 살짝 풀어주면 된다. 고패질만 잘한다면 몇 포인트 안에 50㎝가 넘는 광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선상 광어 다운 샷의 최고 장점은 선장이 다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채비 조언부터 포인트까지 다 알아서 해주다 보니 굳이 실력이 좋지 않아도 쉽게 광어를 낚을 수 있다. 또 대부분 선장이 손님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초보자나 못 낚은 손님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다. 그러니 처음이라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함께하는 낚시여서일까? 처음 왔다고 선장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많은 팁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낚은 광어 역시 피를 빼주고, 포를 떠 가져갈 수 있도록 잘 안내해준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자. 그리고 대형 광어도 낚고, 즉석 회도 맛보고, 낚은 광어를 가져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기쁨까지 누려보자.
이성호 한국낚시채널 F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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