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교통사고 남편 돌보는 김명순 씨

입력 2015-04-29 05:00:00

재수술 필요하다는데 지금은 기저귀 값 조차…

지난 2월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는 아내는 남편의 재수술 비용을 생각 할 때 마다 모자란 수술비용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김영진 기자kyjmaeil@msnet.co.kr
지난 2월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는 아내는 남편의 재수술 비용을 생각 할 때 마다 모자란 수술비용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김영진 기자kyjmaeil@msnet.co.kr

김명순(가명'66) 씨는 두 달째 병원에 머물며 남편을 돌보고 있다. 남편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골반뼈가 조각조각 난 남편은 아내가 없으면 밥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갈 수 없다. 아픈 허리 때문에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지만 당장은 간병인을 쓸 돈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함만 늘어간다. "평생 든든한 기둥 같았던 남편이 누워 있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죠. 재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데 당장 병원비에 기저귀 값도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어린 나이에 결혼해 평생 고생만 한 명순 씨

19세 어린 나이에 30세 노총각과 결혼한 명순 씨. 어린 시절 손가락 끝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뒤 고생 한 번 하지 않고 자란 그였지만, 시집간 그날부터 힘든 일투성이였다. 땅 한 평 없이 농사꾼으로 살았던 남편, 신혼살림을 차릴 곳도 구하지 못해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다섯 형제 중 셋째였던 남편은 평생 부모님과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당연히 아내인 명순 씨는 남편과 함께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오갈 곳 없는 형제들이 찾아오면 항상 방 한 칸을 내줬고, 10여 년 전 홀로 된 시어머니를 형제 중 누구도 모시지 않으려고 했을 때도 명순 씨가 모셔왔다. "결혼한 뒤에 한 번도 우리 부부와 아이들, 이렇게 살아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시댁 식구나 친척들이 함께 살았죠."

명순 씨와 결혼한 뒤 남편은 농사일을 그만두고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일용직이긴 했지만 성실하고 건강했던 남편은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하지만 남편이 착실히 가져다주는 생활비는 항상 턱없이 부족했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지내면 생활비도 그만큼 많이 들어갔고 함께 지내던 식구가 취업이나 결혼을 하게 돼 떠나면 남편은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다. "당장 쌀 살 돈도 없는데 어디서 꼭 돈을 구해와서 동생에게 쥐여주고는 했어요. 워낙 형제들을 아끼는 마음이 큰 사람이었어요."

부부 사이에 아이 셋이 태어난 이후엔 생활이 더 어려워져만 갔다. 명순 씨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면 없는 상황에서도 아껴야 한다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은 항상 밥, 김치, 된장이 전부였다. 막내아들이 마흔이 넘은 지금도 명순 씨는 자식들에게 고기 한 번 구워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특별한 날이나 손님이 오는 날이면 고기 조금 사다가 국물을 잔뜩 넣어 국을 끓여준 게 다예요. 미안하죠. 고기라도 실컷 한 번 구워줄걸…."

◆교통사고로 무너진 부부의 작은 희망

짠순이 명순 씨 덕에 남편이 마흔이 넘었을 무렵 집을 하나 장만했다. 다 쓰러져가는 수십 년 된 한옥이었지만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집이었다. 그 집에서 자식들이 자라서 떠났고, 60대까지 성실하게 일했던 남편 덕에 명순 씨도 이제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란 작은 희망도 가졌다.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는 허름한 집이라 당시 엄청 싼 값에 샀죠. 그래도 우리한테는 아주 큰돈이었고 수리해서 살면 비라도 피할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어요."

하지만 남편이 갑작스레 쓰러지면서 작은 희망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심장 혈관이 막힌 남편은 수술을 받았지만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설상가상 수술 1년 뒤 남편은 중풍으로 오른쪽 반신마비가 왔고 전동 휠체어가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신세가 됐다. "참 건강했던 사람인데 마음이 아팠죠. 움직이지 못하니깐 많이 답답해했어요."

명순 씨가 허드렛일을 해가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려 했지만 팔리지도 않는 오래된 한옥 때문에 번번이 탈락했다. 그러다 두 달 전 남편이 교통사고까지 당하면서 명순 씨는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사라졌다. "없는 살림에 병원비까지 들어가게 생겼으니 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자식들도 다들 빚만 잔뜩 있는 처지라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교통사고로 남편의 골반뼈는 조각이 났고, 뇌출혈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수술로 겨우 조각만 맞춰놓은 골반뼈 때문에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뇌출혈 수술 이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24시간 누군가 붙어 있어야만 한다. 간병인을 쓸 형편이 되지 않는 명순 씨는 남편 곁에서 꼼짝도 할 수 없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남편의 병간호를 하는 명순 씨. 본인도 허리며 다리며 아픈 곳이 많지만 남편과 자식 걱정이 먼저다. "부모가 번듯하게 살고 있어서 자식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처지도 못 돼요. 남편은 골반뼈 재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데 교통사고 합의금은 이미 바닥이 났고 벌써 빚만 잔뜩 있으니 어떡해야 할지…."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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