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43곳 동참, 청소 등 활동 "건강 지키고 정도 나눠 일석삼조"
"내 동네를 깨끗하게 하고, 건강도 좋아지고, 이웃끼리 정도 내고'''. 우리들이 힘을 합해 오천을 확 바꾸겠습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는 100여 명의 마을 지킴이가 있다. 지킴이라고 해서 건장한 풍채나 재빠른 몸놀림을 연상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백발이 성성하고 행동은 조금 느린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져온 변화는 영화 속 히어로들보다 절대 모자라지 않다. 이들은 마을의 쓰레기를 줄이고,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잃어버렸던 이웃 간의 정도 되찾았다. 바로 오천실버클린봉사단의 이야기다.
오천실버클린봉사단은 지난달 10일 발대식을 가졌다. 고작 한 달밖에 안 된 단체지만, 이들의 유대관계는 그 어떤 단체보다 끈끈하다. 그럴만한 것이 대원들 모두 한동네에서 많게는 80년, 적어도 30~40년은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사촌들이기 때문이다. 봉사단을 결성하기 전, 이들은 경로당에 모여 화투를 치거나 술을 마시며 시간만 보내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온종일 누워 천장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고 했다.
"경로당에서 할 일 없이 시간만 보내면 뭐합니까. 밥만 축내는 거지. 우리가 비록 늙었지만 마을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마음에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생활에 지친 어느 날, '어차피 낭비할 시간인데 운동 삼아서라도 좋은 일에 한번 써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러한 생각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어느새 오천지역 43개 경로당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오천읍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발대식을 가진 뒤 곧바로 문덕리와 원리 등 빈 공터에서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이들의 단순한 환경미화 활동은 뜻하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근 원룸 등에서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내다버리던 사람들이 할아버지'할머니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생활태도를 변화시킨 것이다.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던 사람이 우리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줍더라고요. 그러고는 부끄럽다며 사과까지 하면서 말이죠. '아 우리가 실천하는 모습이 젊은 사람들에게 교육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천실버클린봉사단은 지자체 등 특정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 봉사단체이다. 간혹 이들의 활동에 감명받은 지역유지들이 간식비를 챙겨주면, 봉사를 마친 뒤 다 함께 국수며 막걸리 등을 나눈다. 자연스레 서로의 집안사정을 알아가고, 혹여 봉사에 나오지 않으면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서로 들여다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 홀몸노인을 서로 챙겨주게 되고, 아프면 병원으로 데려가는 일도 종종 생긴다.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돕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나눠 먹는 공동체 의식이 생긴 것이다.
오천실버클린봉사단 정영락(74) 회장은 "봉사를 시작하고 예전 젊을 적 정감 있던 마을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면서 "청소뿐만 아니라 아이들 안전지킴이 등 앞으로도 우리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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