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

입력 2015-04-28 05:00:00

강한 리더십과 인상이 '영향력' 기준

카리스마 강한 푸틴, 러선 인기 상승

日 수치 감추는 아베도 日人에겐 자랑

AIIB설립 대박 시진핑에 국민들 환호

지난 4월 15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온라인투표의 결과를 발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전히 1위였다. 모두들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푸틴 대통령이 이란 핵 타결, 쿠바와의 화해 등 세계경찰의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유럽 경제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따돌리고,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적인 인물로 계속 선정될 수 있었을까? 더욱 신기한 것은 온라인투표가 러시아 언론이 아니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타임지 주도로 실사됐다는 사실이다. 뭔가는 분명 우리가 더 이해해야만 하는,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타당성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그게 과연 뭘까?

'영향력이 있다'는 말은 곧 대내외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리더십이냐, 부정적인 리더십이냐를 꼭 따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얼마나 자기 국민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 얼마나 세계인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느냐 하는 게, 그 요점이 아닐까 한다. 먼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민족에게는 어떠한 존재로 부각될까? 러시아 민족은 세계화 조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에 조금은 밀리면서 구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체제의 양두마차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로 말미암아 자존심이 많이 꾸겨진 상태이다. 그간의 지도자들도 별로 세계를 향해 큰소리를 치지 못했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만은 노회한 국정 운영 경험과 카리스마로 강력한 러시아 건설을 부르짖으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으니, 러시아인에게는 위대한 지도자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은 웬만한 강심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크림반도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소위 2차 세계대전 이후 힘에 의해 현상(status quo)을 타파한 첫 케이스를 만들어냈다.

우리에게서 가장 멀리 가 있는 아베 일본 총리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자.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외톨이가 된 것 같고, 독일 메르켈 총리로부터도 힐난을 받을 정도로 역사 인식 불량자가 되어 버린 지도자다. 그러나 아베 총리뿐 아니라 보통의 일본 사람들까지도 가까운 조상들이 저지른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만행을 세상 만방에 고하기는 참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든 그럭저럭 넘겨서 빨리빨리 '가마득한 역사'가 되어버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만 해서는 절대 존경받는 선진국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아베 총리가 나서서 독하게도 죽어도 그런 적이 없다고 안면 몰수해 주며, 냉대받을 게 뻔한 데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까지 얼굴 두껍게 나서주니 얼마나 대견할까. 시진핑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시큰둥하게 악수하는 장면은 우리 언론에서 수없이 방영됐고, 우리는 고소해 마지않았었다. 그러면 뒤집어볼까. 일본 국민에게는 그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그 얼마나 미울 것이며, 그럼에도 국익을 챙기는 자기 지도자는 또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싶기는 하다.

그러면 시진핑 중국 주석은 어떠한가? 미국과 일본이 노골적으로 반대함에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 흥행에 대박을 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고, 동시에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실크로드 정책' 추진으로 세계를 아우르는 광폭 전략을 펼치고 있으니 중국 국민이 환호하고 세상이 놀라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겠다. 또 시진핑 주석의 어록 책이 400만 부 이상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시진핑을 알아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역사가 된다. 역사는 뚜렷한 줄기만 기억하리라. 실크로드의 서단에서는 유럽연합(EU) 대 러시아의 신거대게임(A New Great Game)에서 일단은 러시아가 완승을 거두며 크림반도의 러시아화가 기정사실이 되었고, 실크로드의 동단에서는 미'일 대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의 정립에서 일단은 중국이 완승을 거두며 AIIB의 창립에 순풍의 돛을 달았다. 세계사에서 이렇게 큰 시나리오를 써내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 지도자는 당연히 자기 국민으로부터, 그리고 세계인으로부터, 궁극적으로는 역사로부터 평가를 받을 것이다. 목하 세계는 이렇게 크게 돌아가고 있다.

전대완(계명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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