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잇다, 배려를 잊다…SNS, 에티켓은 'SOS'

입력 2015-04-25 05: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언제 어디서든 소통 가능한 매체지만…브레이크 없는 마구잡이 전파 어쩌나

SNS에 매달려 사리분별을 못하는 현대인들을 비꼰 일본 영화
SNS에 매달려 사리분별을 못하는 현대인들을 비꼰 일본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지난해 초에 개봉됐으며, SNS 마녀사냥 등 사회적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내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 나이는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았다. 2G폰'터치폰을 밀어내고, 전 세계인 통신수단의 대세로 자리 잡은 이동통신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것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스마트폰이 전 세계인들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았다. 현대 문명의 총아라고 하던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 유통은 스마트폰에 그 아성을 위협받고 있다. 인간과 인간 간의 소통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는 일찌감치 스마트폰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스마트폰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 사회의 모습은 앞으로도 얼마나 변화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주 주말판은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이런 변화를 따라가 본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전화 통화에서도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SNS와 관련한 사회 변화, 정보 유통의 방식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폭주 기관차' SNS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개인 또는 단체 간의 통신이 SNS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등이다. 이 SNS의 편리함은 이용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통화할 필요도 없고, 친구나 연인, 가족 그리고 동호인들 사이에 어디서든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SNS는 폭주 기관차다. 그 누구도 이 전파망의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 즉각적-자극적-충동적-감정적-공격적이다. 어떤 이슈가 터지거나, 세간의 흥미를 끌 만한 사안이 발생하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거나 매장 수준의 돌이킬 수 없는 인격적인 모독을 받게 된다.

◆오현경-백지영-한성주 그리고 또 한 여성(?)

최근 보름 사이에 또 한 명의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했다. 젊은 미혼 여성으로 '카카오톡(이하 카톡) 동영상'을 통해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했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가 이 여성의 변심에 앙심을 품고, '은밀한 연애(?)를 담은 둘만의 동영상'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더니 급기야 인터넷 사이트에 이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은 카톡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전국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했다. 이 여성과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됐다. 복구 불능이다.

탤런트 오현경과 가수 백지영은 자신들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으로 인해 세간의 화제가 됐고, 이후 카톡을 통해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한성주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동영상 파문이 이번에는 20대 미혼의 일반인 직장 여성에게 옮아간 것이다. 엄청난 파급력과 폭력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을 한 개인에게 안기고 있다.

◆'1대 9대 90의 법칙', 놀라운 전파 속도

SNS에는 '1대 9대 90의 법칙'이 적용된다. 최근 만들어진 용어지만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 SNS는 주로 1명이 글을 올리고, 9명이 퍼 나르고, 90명이 이를 보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톡이나 밴드, 페이스북 등의 특징을 들여다보면, 이 법칙이 거의 들어맞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SNS는 놀라운 전파 속도를 자랑한다. 전국적인 사건'사고나 이슈는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데다 모임이나 지인들 간의 정보, 알림 등도 수일 내로 SNS를 통해 소통하는 개인이나 같은 그룹 회원들이 공유하게 된다. 이 엄청난 속도만큼이나 그 폐해도 크다. 욕설, 모함, 음담패설 등 주워담을 수 없는 글들이 난무한다. 예의도 인간 존엄을 지향하는 지구를 떠나 안드로메다로 갔다. 자기 마음대로 일방통행의 글을 올리고, 타인이 올린 글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나름의 과장이나 해석을 더해서 확대 재생산한다.

영남대 사회학과 정용교 학과장은 "SNS는 좋은 점도 많지만 즉흥적이어서 진정성이 없는 의사소통이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며 "어떤 글이나 의견에 대해 충분한 비판이나 성찰 없이 그때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감정을 노출시키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는 예의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SNS 에티켓 "이건 아니잖아~"

SNS는 사실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자체다. 내키는 대로 글을 올리고, 뒷감당은 '에~~라, 모르겠다'는 식의 사고가 판을 친다. 직접 대면해 상대의 눈을 보고 얘기할 때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통화를 할 때도 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직접 만나서 하는 대화나 통화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전제된다. 하지만 SNS는 다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례가 너무 많다.

#1. 전 바빠서 오늘 약속 빠집니다. 다들 즐겁게 노세요.(밴드 모임에서의 댓글) #2. 오늘 입금 날짜 알지? 시간 맞춰 넣어놔. 약속 안 지키면 재미없어.(부부간의 카톡) #3. 참 답답합니다. 왜 그러세요.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가 뭡니까. 당신 처신이나 똑바로 하세요.(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댓글) #4. ××하고 자빠졌네.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입니까.(트위터 유명인사의 글에 달린 익명의 댓글)

이런 식이다. 이기주의적 사고의 극치를 달린다. 이 무자비한 소통은 제어장치가 없는 폭주 기관차다. 이를 막기 위한 뾰족한 대책도 찾기 어렵다.

정용교 학과장은 이런 제안을 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에 맞는 시민성을 키워줄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고, 널리 보급해야 한다. 그리고 SNS 매체에 적합한 성찰 능력을 키우는 시민교육도 더불어 해야 한다. 인간존엄과 배려. 타인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야 SNS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SNS상의 기본예절을 가르쳐야 한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1대 9대 90의 법칙'=온라인상에 등장한 최신 용어로 1명이 최초의 글을 올리고, 9명이 그 글을 편집하거나 댓글을 달아 반응하고, 90명이 별도의 반응 없이 SNS상에 올라온 콘텐츠를 열람하고 그대로 믿어버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촛불집회, 광우병 파동,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한 보수-진보 세력 간의 대립이 격화됐을 때, 보수 쪽에서 종북세력이 이 법칙을 이용해 온라인상의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하며 널리 회자됐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