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 미들급 타이틀을 노리는 복싱 선수 제이크 라 모타는 당대 최고의 선수인 슈거 레이 로빈슨과의 대결에서 판정패하며 고배를 마시지만, 슈거 레이 로빈슨이 입대한 후 치러진 경기에서 6연승을 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어린 아내 비키에 대한 비정상적인 질투와 의심, 그리고 마피아와의 커넥션은 제이크를 점점 수렁으로 빠뜨린다. 챔피언 자리에 오른 후에도 그는 아내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끝내 동생인 조이마저 의심하게 되는 등 갈등을 겪으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한다. 결국 1951년, 그는 슈거 레이 로빈슨에게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긴 뒤 은퇴를 선언하고, 부인 비키가 이혼과 함께 아이들의 양육권까지 모조리 가져가면서 혼자 남겨진다. 나락으로 떨어진 제이크는 뒤늦게 동생 조이와 어색하게 화해하고, 그로부터 수년 뒤인 1964년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실화를 토대로 한 '성난 황소'는 단순한 복싱 영화가 아니라 가슴 깊이 내재된 성적 불안감과 질투로 마비된 한 남자의 내면을 복싱을 통해 그려냈다. 이 작품은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로버트 드 니로)과 편집상(델마 스쿤메이커)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미국 출신으로 제작자, 각본가, 배우 겸 영화 역사가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스탠리 큐브릭, 시드니 폴락 등 젊은 감독 및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일었던 '뉴 할리우드' 움직임의 일원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영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영화인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러닝타임 129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