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청소년] 교실에서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도와줄 수 없을까요?

입력 2015-04-23 05:00:00

■고민=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그런데 우리 반(3학년)의 한 여학생이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습니다.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고,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언제나 대답이 없습니다. 지난해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봤더니, 1학년 때까지는 말을 조금 했지만, 지난해부터 아예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걱정이 되어 어머니 면담을 했는데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말수가 적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유치원 때부터는 간혹 말을 하지 않고, 친구 없이 혼자 노는 경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지병으로 오랫동안 자녀 양육을 거의 할 수 없었다며, 많이 우셨습니다. 부모님이 자주 다투는 편이고, 아버지는 자녀들의 교육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학업 성적은 중하위권이지만, 글쓰기를 잘하고 특히 만화 캐릭터를 잘 그리는 학생인데 말을 하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스럽습니다. 담임인 제가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 학생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해법=담임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얼마나 큰지가 느껴집니다. 이 학생은 어릴 때부터 말수가 적었다가 점점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 '선택적 함묵증'의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도 다루어지는 '선택적 함묵증'은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야 하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불안상태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선택적 함묵증'의 원인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요인과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적 측면에서 언어가 발달하는 시기에 발생한 심리적 충격이나 고착현상으로 보기도 하며, 가족불화나 강한 스트레스 상황을 원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서 발생하는 분리불안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합니다. 함묵증은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행동 문제들은 심한 부끄러움과 두려움, 사회적 위축이나 고립, 유뇨증, 강박적 특성 등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위 사례의 학생처럼 언어적 표현이 이뤄지지 않아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이로 인해 원활한 또래관계 형성이 힘들 수 있습니다. 정서발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선택적 함묵증'은 타인이 자신의 말을 주목하면 완전히 침묵하고, 말을 강요하면 머리와 손을 떨면서 타인의 접근을 막기도 합니다. 사례 학생의 경우 집에서는 어머니와 조금이나마 대화를 나누지만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전혀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어머니가 없을 때에는 불안감과 상실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학생은 영아기 때부터 어머니의 지병으로 지나친 억압을 경험했고, 부모가 다투는 장면을 보면서 공포심이 생겨 이것이 심리적 상처로 남아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증상이 10세까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예후가 점점 나빠지고 건강한 정신발달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택적 함묵증'의 치료는 발견되자마자 이뤄질수록 더 효과적입니다.

사례 학생을 위해 선생님이 학교 현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안내하고자 합니다.

첫째, 학생에게 '얼른 말하라'고 닦달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이므로 강요하면 더 불안해져서 입을 열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둘째, 학생을 규정짓는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얘는 원래 말을 안 해요'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등. 이런 말을 들으면 아이는 자기 모습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인지해, 말을 하려고 하다가도 안 하게 됩니다. 또한 말을 하면 자기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어색해져 더 못하게 됩니다.

셋째, 성실하고 인정 많은 아이를 옆자리에 앉히거나 가까이 붙여줘서, 말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간단한 말로 물어보도록 합니다. 가능하면 집도 같은 방향인 친구면 더욱 좋겠습니다. 학교생활뿐 아니라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변화가 일어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아이들은 쉽게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쟤는 원래 말을 안 하는 아이예요'라고 말할 경우, 선생님은 아이들의 말을 그 순간 바로 고쳐 주어야 합니다.

다섯째, 교실에 재미있는 놀잇감을 준비해 두고 그 학생과 다른 학생이 함께 놀도록 합니다. 이때, 친절하고 상냥한 아이들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여 함께 놀도록 합니다. 게임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점점 아이의 말문이 트이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여섯째, 읽기 활동이나 발표와 같이 부담되거나 학생이 원하지 않는 활동은 억지로 시키지 않습니다. 일곱째,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안아줍니다. 여덟째, 학생의 생각을 꼭 알고 싶을 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공책이나 스케치북을 따로 만들어 놓고 일지를 쓰듯이 자기 생각을 적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단둘이 앉아 녹음놀이를 해 봅니다. 교사가 묻고 학생이 대답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녹음을 한 후, 재생을 해보면서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이것은 친밀감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한 후에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가정에서도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소리 내어 책읽기를 하거나 번갈아가며 이야기 만들기 게임 등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선택적 함묵증'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없어질 수도 있는 증상이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괜찮습니다. 장기간의 증상으로 이어질 경우 학교 적응이나 학습에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현숙(경북대 아동가족학과 상담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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