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소복히 담은 봄…대구서 열리는 도예전

입력 2015-04-23 05:00:00

한주은 작
한주은 작 '생활도자'
박부원 작
박부원 작 '달 항아리'

봄을 맞아 도예전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왕실도예 명장이 빚은 수천 년 세월을 담은 달항아리전을 비롯해 순백의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기전, 예술성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그릇전이 시선을 끌고 있다. 또 북유럽의 정취를 담은 아기자기한 도예 작품전도 열린다.

◆박부원 도예전=왕실도예 초대 명장인 지당 박부원 선생의 도예전이 26일(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당 선생이 빚은 달항아리에는 수천 년 세월이 담겨 있다. 어느 별의 분화구같이 점들이 수두룩하다. 마치 신석기 사람들의 혼이 담긴 암각화 같다. 지당 선생은 1960년 전승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한국전통전승도자계의 원로로 한국도자의 정신을 계승하며 새로운 전통을 개척해온 작가이다.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자연과 많이 닮아 있는 지당 선생의 삶이 묻어나 있는 깊이 있는 한국 전통 도자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53)668-1566.

◆권대섭 도예전=백자의 전통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아무리 예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백의 단순한 색조, 자연스럽고 대범한 선, 티 없이 맑은 빛깔, 순박하고 건강한 형태, 넉넉하고 원만한 곡선미를 지니고 있다. 권 작가가 빚은 백자 사발과 달항아리의 멋과 맛은 두고두고 음미해도 지루하지 않다. 이름 없이 살다간 조선 도공을 닮았다. 29일(수)까지 동원화랑. 053)423-1300.

◆윤광조'이형석 그릇전=거장과 신진, 현대와 전통의 대비 등 접점을 찾기 힘든 사제지간의 이색 도예전시회다. 우리나라 도예계의 거장 윤 작가는 흙을 소재로 예술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현대도예를 천착해온 반면, 신진 이 작가는 생활용기를 중심으로 한 전통도예 작업에 몰두해왔다. 윤 작가는 판형이나 코일링 위주로 한 작업을 가스가마로 소성하고, 이 작가는 주로 전통방식의 물레작업으로 성형해 장작가마에서 구워내고 있다. 윤 작가의 작품이 '선(線)을 중심으로 현대적 미감' 구현에 초점이 모인다면, 이 작가의 그릇은 '형(形)을 바탕으로 한 고전적 균제미(균형이 잡히고 잘 다듬어진 아름다움)'에 치중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분청사기 그릇과 접시, 다완, 술병, 화병 등 80여 점을 선보인다. 5월 1일까지 이포갤러리. 053)422-5580.

◆황예숙 도예전=황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 이것이 실용기일까 조형물일까 하는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테이블과 의자, 주전자, 컵, 접시 등은 본질적으로 실용적 물건임에 틀림없지만, 쓰임새를 배제하고 구조적 조건을 무시하면 데포르메(deformer;어떤 대상의 형태가 달라지는 일)를 강조한 작가의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손 가는 대로 만들어 세련된 조형미보다는 투박한 형태를 띠고 있다.

황 작가는 구성요소의 과장이라는 방법으로 형태적 특징을 만들어낸다.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주전자의 손잡이라든가 필요 이상으로 크기를 과장한 물대, 단순한 지지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 테이블 다리는 고정관념을 깨뜨림과 동시에 그 사물의 통속성을 유쾌하게 뒤집어 놓는다. 5월 25일(월)까지 청도 갤러리 청담. 054)371-2111.

◆복을 담은 그릇 특별전=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도예가 김은, 박세운, 황승욱 초대전이다. 젊은 작가의 감성과 감각이 현대적인 조형성과 결합해 실생활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전시기간 동안 항아리는 작품가보다 30% 할인 판매한다. 26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053)420-8013.

◆한주은 초대전=작품을 들여다보면 마치 북유럽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쁜 창이 있는 건물과 고양이, 그리고 꽃이 있는 풍경 등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그의 작품에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북유럽의 문화와 생활환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사물들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모습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얻어낸 작가 특유의 세상이다. 동양적인 이미지나 사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그의 '사소한 사물'은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넘쳐난다. 그릇과 주전자, 컵, 접시, 쟁반, 항아리 등 생활도자에 그의 상상 속의 판타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5월 1일(금)부터 16일(토)까지 이상숙 갤러리. 053)422-8999.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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