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추적이 금언과 명구를 모아 만든 책이다. 그는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중국 고전에서 선현들이 남긴 말을 따와 이 책을 엮었다.
'명심'이란 '마음을 밝게 한다'는 뜻이고 '보감'은 '보물과 같은 거울'이란 뜻이니 이어 쓰면 '마음을 밝게 하는 보물과 같은 거울'로 삼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더불어 정치인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읽고 새겨야 할 책이다.
요즘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책 중 정기(正己)편이다. 몸을 바르게 한다는 편명에서도 읽을 수 있듯 정기편은 홀로 있을 때 행동을 삼갈 것과 감정을 통제해서 맑고 청렴하며 담백한 생활을 영위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 실례가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다. 직역하면 "외밭(참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 것이요, 오얏(자두)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남의 외밭을 지나면서 신을 고쳐 신어 참외를 따는 것처럼 보이거나, 남의 자두 밭을 지나며 갓끈을 고쳐 맨다고 손을 올려 자두를 따는 듯한 오해를 불러올 행동을 하지 말라는 충고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핵심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9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다. 출국 사실이 알려지자 측근은 '오래전에 잡혀 있던 개인 일정'이라 해명했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김 전 실장이 국적기도 아닌 일본 ANA항공기를 이용하면서까지 서둘러 일본을 찾은 것은 갓끈 고쳐 맨다며 오얏을 딴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김 전 실장이 우리나라에서 못하고 일본까지 가서 처리해야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저 궁금하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국무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15차례나 태안군의회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무슨 소리를 했는지 확인하고 싶어했다. 총리가 한 기업인의 자살 소식에 이토록 전화를 한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죽은 자가 죽음으로 알리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에 앞서 홀로 있을 때 몸가짐을 바로 했는지부터 살필 일이다. 지금 죽은 사람이 거짓을 말했다고 우기는 사람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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