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서 첫 노벨과학상 배출하자

입력 2015-04-21 05:00:00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매년 봄에 60개 주요 국가를 분석한 국가경쟁력을 발표한다. 한국은 지난해 26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4단계나 내려앉았다.

한국은 세계인들에게 경제신화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반도체'휴대폰'조선'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줄줄이 신화를 만든 결과이다. 정부도 전화와 인터넷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이러한 신화들이 경제규모 세계 13위, 무역규모 세계 8위의 한국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IMD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낮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IMD 발표 중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과학 경쟁력이 전년보다 한 단계 상승한 6위, 기술 경쟁력이 세 단계 상승한 8위라는 점이다. 지난날 경제신화의 중심에 있었던 과학기술이 앞으로도 국가의 부(富)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과학기술 경쟁력에 불만이다. 기초과학, 원천기술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의 70~80%에 머물고 있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노벨과학상 하나 없는 나라이지 않은가. 29개 나라에서 600명 가까운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동안 한국과 한국인의 이름은 없었다. 노벨과학상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다. '노벨과학상 하나 없는 나라'라는 말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과학기술 후진국을 가리킨다.

노벨과학상을 받지 못한 나라들은 저마다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요즘 노벨과학상을 많이 받고 있는 일본도 그런 과정을 거쳐 왔다. 전문가들은 노벨과학상 프로젝트의 핵심은 풀뿌리 기초 연구에 투자하고, 영특한 인재들을 뽑아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벨과학상을 위한 창의적 과학문화 조성을 대구시에서 앞장서 추진하면 어떨까. 한국 최초의 노벨과학상이 대구에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종합적이고 다양하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과학자를 세워야 한다. 현존하는 과학자도 좋고, 과거의 과학자도 좋다. 대구 과학자상을 만들고, 청소년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세계적인 과학자를 초빙하여 과학자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창의적인 과학문화의 중심에는 과학 존중과 더불어, 과학자 존중 문화가 있어야 한다.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지역 정주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글로벌 교육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노벨상 수상자를 모시고 매년 대구노벨캠프를 열자. 독일은 1951년부터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와 노벨상을 꿈꾸는 젊은 과학자들이 만나는 '린다우노벨수상자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대구에서 그 일을 하자. 10년, 50년을 꾸준히 하면 대구시의 상징 프로그램이 되고, 대구는 과학문화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우수 연구장비 개발 업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자. 성능 좋은 기계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이론과 학설, 법칙이 생겨난다. 이것이 곧 인류문명에 큰 변화를 줄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장비개발과 노벨상은 비례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망한 지역 내 산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과학관에 가도록 하자. 학교 정규과정만으로 노벨과학상에 걸맞은 창의적인 인재를 기른다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학교 밖 과학교육의 요람인 과학관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꿈과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 창의적인 노벨교육이 될 수 있다. 대구를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도시로 만들자는 운동은 그 출발선에 있다.

강신원 국립대구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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