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작가 황선미 씨 수성아트피아서 인문학 강의

입력 2015-04-20 05:00:00

"훌륭한 작가 되려면 많이 경험하고 쓰고 읽어라"

황선미 작가가 18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초
황선미 작가가 18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초'중등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잘 알려진 황선미 작가가 1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섰다. 이날 강의에서 황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페미니스트, 여성운동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 작품의 가장 바깥 테두리 일부를 본 것에 불과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길들어 통념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낯설고 위태로운 상황과 마주치는 한이 있더라도 자유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문학 책보다는 만화나 SF 장르 혹은 성인물을 읽는 것을 염려한다"면서 "아이들에게 꼭 문학 책만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가치를 발견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기회를 줄이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어른들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는 중에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한다는 말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에게 황 작가는 "작가는 글을 쓰면서 자신이 본 것을 걸러내고, 때로는 과장하고, 어떤 특정 인물, 특정한 사건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같은 소재, 같은 이야기라도 작가마다 다른 작품을 쓰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소재를 갖고도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해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면 경험을 많이 하고, 많은 책을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관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녀와 동반한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고 농사를 지어볼 것을 권했다.

황 작가는 또 학부모들에게 "자신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게 책 읽기와 감상문 쓰기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또 아이들이 쓴 글을 검열하고, 더 잘 쓰도록 어른들의 느낌을 주입하기도 한다"며 "이는 곧 어린 자녀가 30, 40대가 된 부모와 비슷한 시각과 눈높이를 갖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일이 간섭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책에서 멀어지고, 자기표현보다는 부모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책에서 점점 멀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포기하는 것은 쉽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데는 강한 의지와 노력, 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없다. 모든 것은 내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황선미 작가는 1963년 충남 홍성 출신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 '들키고 싶은 비밀'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나쁜 어린이표' 등을 썼으며, 그의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국내에서 160만 부가 판매됐고, 세계 27개국에 번역, 출판됐다.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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