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416가족협의회'김기성'김일우 엮음/ 박재동 그림/ 한겨레출판 펴냄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2014년 6월 15일부터 세월호 추모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연재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 그림과 가족의 절절한 심경이 담긴 편지글을 모은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제일 먼저 아이가 없는 세상에서 죄의식, 무기력과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마주한다. 엄마와 아빠는 해맑게 웃으며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나간 아이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꽃 같은 아이가 없다. 그러나 나는 밥을 넘기고 살아간다. 왜 우리 아이가 배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인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고통 속에서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엄마, 아빠는 무기력하다. 아이를 죽게 내버려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아이를 구해줄 힘이 없는 부모라 더 미안하다. 그저 아이가 신었던 신발을 신고, 아이의 시계를 차고, 아이가 걸었던 등'하굣길을 걷는 게 유일한 위로다.
어떤 사람들은 지겹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난 시간들 속에서 비극적인 참사를 그렇게 잊어왔다. 그러나 대형 사고는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아직은 더 울어야 한다. 가족들은 말한다. 시간은 약이 아니었다고,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 싶고 더 보고 싶은 아이라고. 아이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기억하고,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곧 나가겠노라 했던 마지막 통화가 귓가에 맴돈다고. 가족들은 아이가 없는 텅 빈방에서 아이의 교복에 얼굴을 묻고 아이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든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망각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432쪽, 1만3천500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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