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방명록·축의금 봉투 쓰기가 즐거워 졌어요"
◆캘리그라피로 나만의 작품을=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캘리그라피의 바람이 식지 않고 있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손글씨가 주는 자유로움과 따뜻함에 빠진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취미로 갖기 시작했다. 이연실(39) 씨는 "맨 처음에는 글씨를 잘 쓰고 한글 서체를 예쁘게 써 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글씨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써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2월부터 캘리그라피를 배우기 시작한 서애경(30) 씨는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앉아서 글씨만 쓰는 것이 아니라 서서 쓰기도 하고 다양한 필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몸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서 씨는 "캘리그라피를 이용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청첩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 씨처럼 나만의 작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다.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곳도 많이 늘었다. 동네의 가까운 문화센터에서도 캘리그라피 입문과정을 1개월 1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배울 수 있다. 먹튀 캘리 권영교 대표는 "요즘은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 교재도 출시되고 있다지만 좋은 캘리그라피를 그리기 위해서는 주변의 평가와 지도가 필수"라며 "독학보다는 문화센터든 캘리그라퍼의 작업실이든 글씨에 대한 조언을 들어가면서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씨에 대한 조언을 듣고 수강생들끼리 써 본 글씨를 비교해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강생들 사이에 친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배워두면 주목받을 펜글씨="요즘 세상에 누가 펜글씨를 배워?"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펜글씨를 배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대구경북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펜글씨 학원인 '일곡 펜글씨 학원'에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뿐만 아니라 30대 직장인, 주부도 글씨 지도를 받고 있었다. 김하린(30) 씨는 "평소 글씨가 나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학원 다니면서부터 '이제 네 글씨를 알아보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노년층의 경우는 치매 예방을 위해, 또는 뇌졸중 등의 질병으로 손 쓰기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손 근육 운동용으로 펜글씨를 배운다.
펜글씨는 단순히 교재에 쓰인 글씨체를 따라 쓰는 것만 배우는 게 아니다. 일곡 펜글씨 학원의 조장희 원장은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쓴 글씨에서 찾을 수 있는 공식을 잘 알아야 하고, 글씨 쓸 때 배어 있는 습관을 고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펜글씨 수업은 일대일 개인지도로 이뤄진다. 처음에는 칸에 맞게 자'모음을 제대로 쓰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줄을 맞춰 쓰는 법, 노트에 작은 글씨로 제대로 쓰는 법, 숫자 제대로 쓰는 법까지 진행한다.
펜글씨를 배운다고 잉크에 찍어 쓰는 펜이나 만년필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볼펜, 플러스펜 정도로도 충분히 수업 진행이 가능하다. 조장희 원장은 "악필 때문에 방명록 작성이나 부의'축의금 봉투 쓰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꽤 많이 온다"며 "앞으로 글씨를 잘 쓰는 능력은 희소가치가 있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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