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슬픔이 슬픔을 만나

입력 2015-04-16 05:00:00

조상현(대구시 달서구 송현로)

달리는 버스 창문으로

빗물 한 방울이 떨어져 맺힌다.

그러다가 천천히 아래로

조금씩 흘러내리다가

창문에 붙어 있던

다른 빗물방울과 합쳐져서

주르륵 창문 밑바닥으로

이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내 눈에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

빗물방울은 슬픔.

아마도 슬픔의 눈물방울이

내 눈가에 맺혀 있다가

다른 이의 슬픔을 만나고는

흘러내렸던 것이 아닐까.

속이 다 시원해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나의 슬픔이 다른 이의 슬픔과 만나

카타르시스, 카타르시스

그 시원함을 느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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